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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는 여행

10년전 그 골목에 갔다 - 통영 서호시장

10년전 그 골목에 갔다 - 서호시장-강구안-중앙시장

 

통영 사람이 통영을 말하는 것과 여행자가 통영을 말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여행자의 마음과 원주민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서피랑을 다시 찾으면서 10년 전처럼 그곳에서 태어난 박경리를 말했고, 물었고, 글로 썼다. 하지만 그곳 명정동 노인회관 벽면에다 이정숙 할매는 그 대답 대신 이런 시를 붙였다.

젊어서 먹고 살 길 막막해서/ 시작했던 일/ 섬마다 강냉이 튀박하러/ 다니며 살아낸 아픈 세월// 사람들은 진짜/ 나를 부를 때 이름 대신/ 강냉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 이름/ 들을 때마다 아프다/ 진짜로

 

택시기사에게 윤이상, 박경리 선생이 통영 분들 많이 먹여살려주시냐고 물었더니 말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통영사람들 15%. 85%는 오히려 피해만 봐. 관광객들 때문에 물가 비싸지, 차 막히지. 통영서 택시기사만 27년 했는데 올해처럼 어려울 때가 없어요. 통영 조선소들 다 문 닫는 바람에 사람들 다 빠져 나갔어요."

 

 

 

 

서호시장에 유일하게 남은 대장간 산양공작소를 찾았을 때도 간격은 있었다. 소장은 사진을 찍어도 본 척 안 했고, 말을 걸어도 쇠달구는 소리 때문인지 들은 척도 안 했다. 고함을 지르며 언론에 소개가 많이 되셨던데 장사가 잘 되시냐고 물었더니 무슨 도움요? 뭘 사가는 것도 아니고. 귀찮게만 하지하면서 다시 쇠를 달궜다. 10년 전 내가 찾았던 남영공작소7~8년 전 문을 닫았다고 했다.

 

 

 

 

들떠있는 여행자들이야 가는 곳마다 의미를 찾고 흥미를 찾지만, 주민들에게는 일상이요 생활이다. 생존의 터전답게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지, 문화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은 사치다. 통영 사람들이 새벽에 주로 찾는 서호시장은 그런 면에서 닮았다. 멸치 딴다고 새벽 4시부터 나오는 할매들이 시장을 연다고 힐끗 일러준 아지매가 꾸물꾸물 엉겨 붙는 낙지를 걸어 올린다.

 

 

 

 

장어뼈나 생선뼈로 고운 국물에 시레기를 삶아서 내는 시락국집 아지매들도 말은 없다.

터벅터벅 걸어 서호시장이 끝나는 곳에서 항남동 골목을 다시 만났다. ‘항남우짜에서 우짜면을 만났다. 우동에 짜장, 어묵을 섞었는데 묘한 맛이다. 시락국처럼 새벽시장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서민 음식이다.

 

 

 

그리고 강구안, 여행자들이 통영에서 가장 먼저 찾는다는 곳. 식당과 갤러리, 게스트하우스가 줄을 잇는다. 통영시와 푸른통영21’은 지금 이 일대에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종 사연을 담은 안내판과 북카페가 설치돼 있다.

 

 

 

10년 전 통영 골목여행의 종착지였던 중앙시장에 다시 닿았다. 이번에도 마지막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상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생선 대가리를 따는 아지매들 칼질부터 보게 된 다. 쓰윽하고 칼날이 지나가고 생선꼬리는 더 펄떡인다. 뒤로는 동피랑, 앞으 로는 강구안 문화마당에 포구를 두고 있는 이곳 앞 열에는 꿀빵집과 충무김밥집이 진을 쳤다. 서호시장과 함께 통영의 양대 전통시장이자 대표 어시장인 이곳에서 10년 만의 통영 골목여행을 접는다.

 

 

 

2017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