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30일 오후 6시.
10년 사이 상남동 거리가 변한 건 행인들 연령대가 아닐까.
그땐 낮엔 청년층 밤엔 장년층 식이었지만 요즘 밤낮 청년층이 많다. 그것도 중고교생까지 늘었
다.
“변하긴 뭐가 변해?”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 업소 성격부터 그렇다. 상남동 분수광장
맞은편 마디미로 1층 업소들을 보자.
휴대폰할인마트, 더페이스샵, 토니몰리, 아리따움, 스퀘어, 이니스프리, 할매낙지, 펍 비노, GS25,
분수대앞(액세서리), 빽다방, 참치나라, 오렌스(액세서리), aimerfeel japan, K깜도, 섹시쿠키, 미
니드레스, 폰고…
번화가 1층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죄다 청년층 상대 업소다. 건물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10층
짜리 하림빌딩 간판이다.
1층 빅토리아, 황보밀면, 왕부동산, 2층 부자노, 서원갈비, 빨봉분식, 3층 아우디노, 그린하우스,
노블바, 4층 짱노래연습장, 제일카페, 텍사스노래방, 5층 MBC바, 다이아몬드룸, 6~7층 호텔, 8층
마이크노래연습장, 오타이마사지, 텍사스노래방, 9층 리오바, 목아파노래연습장, 10층 좋은날호
프.
흔히 장년층을 상대로 한 노래주점, 룸 같은 간판이 현격하게 줄었다. 맞은편 부동산중개소 여성
사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걸 내가 우찌 압니꺼? 나는 밤에 퇴근하고 없는데…”
시크한 답 뒤에 덧붙였다.
“빠질 꺼 다 빠졌지예 뭐. 경기가 전에 만큼 못 하니까. 그 대신 메이커가 많이 들어왔지예!”
하기야 넓은 상남동 상권 변화를 마디미로 한 공간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블록 따라 건물 따라 상
대하는 계층 따라 다를 거다. 좀 있다 심야에 다시 보기로 하고 일단 한잔 한다.
그리고 밤 11시.
다시 상남시장과 분수광장 맞은편 마디미로를 걸었다. 술집 데려가려는 삐끼(호객꾼)들은 5~6명
만났지만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다. 불금 절정의 시간 어깨 부딪히는 행인들 대부분은 역시 청년
들이다.
“예쁜 아가씨 있는데 한잔 하고 가이소~”
대답 대신 내가 혀 꼬인 발음으로 이것저것 묻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뭐라 카노? 술이나 하고 가소 마!”
“지금 상남동 경기야 다 빠졌지 뭐. 장사가 되나!”
사실이겠지만, 언제나 말은 다 그렇다. 내가 취재하면서 경기 좋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이 없다.
10년 전에 사진을 찍었던 힐타운만 해도 그렇다. 그 현란함이나 간판 속에 드러난 업소나 큰 변화
가 없다.
술집 안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과 별도로 요즘 심야의 상남동 분위기를 상징하는 곳은 역시 분수
광장이다. 젊다. 떠들썩하다. 거리낌 없다. 음악이 흐른다. 상남동이 젊어지는 건 사실인 갑다.
다시 2018년 2월 17일 오전 10시.
고인돌공원. 청동기시대 지석묘 주변은 '시가 흐르는 공원'이다. 지일규, 김정환...설창수, 김교한, 정규화... 그들의 생몰이 덧없다. 50을 넘기지 못한 분들, 80 넘어 지금까지 살고 계신 분들. 여기 시를 남긴 진해문인협회장 분들은 왜 다들 일찍 돌아가셨나?
상남동광장. "주변 상권 소음문제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만 프린지공연을 허용합니다." 상남동광장의 오전은 어울리지 않는다. 며칠전 7시에 왔던 광장은 정말 젊은 기운이 넘쳤는데...
상남시장 1층 '아제 돼지국밥' 설 다음날 대부분 문 닫은 시장점포들 사이에서 사골국을 끓이고 있다.
돼지국밥 한 그릇 받았다. 새우젖갈을 많이 넣어선지 짜다. 물을 조금 부었다.
그순간 이주민으로 보이는 주인장이 훅 다가와서는 내 귀에 살짝 "짜요?" 했다. 귀가 간지러우면서도 뭔가 '후욱'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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