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의 느낌일 수도 있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트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의 두 축을 갖고 있다.
폐쇄 공포와 고소 공포.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 숨 막힘은 원초적 폐쇄공포증을 가끔 살려낸다.
비단 엘리베이트 뿐만은 아니지만, 아파의 고층이 으레 가져다주는 고소 공포증. 때로는 고층 아주 높은 위치에 엘리베이트가 붕 뜨 있다는 두려움이 현실화될 때도 있다. 멈췄을 때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 아파트의 엘리베이트가 주는 공포감은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 더욱 커질 수도 있고, 훨씬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심야에 만나는 엘리베이트 동승자는 그 사람을 알지 않는 한 어느 쪽이든 서로에게 두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개의 아파트 엘리베이트가 그렇듯, 동승자끼리 인사도 없고 대화도 없이 움직이는 경우에는 그 시간이 한없이 답답하고 길 수밖에 없다. 눈 둘 곳도 마땅찮고, 조금이나마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색하다.
각자의 아파트에서 느꼈던 한없는 단절감, 편안함은 갑작스레 급격히 좁혀진 이웃과의 위치로 인해 한순간 불편함으로 돌변한다.
요즘 아파트 사람들은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지혜를 안다.
특히 엘리베이트 안만 봐도 '승강기 안에서 인사합시다'라는 식으로 좁은 공간 내의 교류를 유도한다.
그래서 아파트 각 호간의 분리와 단절을 단적으로 강조하는 아파트가 아니라면 엘리베이트 안의 교류가 일상화돼 간다.
"아유, 안녕하세요?" "아이구 귀여워라. 몇살이야? 이름은 뭐지?"
특히 꼬마애들이 교류의 매개가 되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험상궂게 생긴 아이도 모든 이쁜 아이가 되고, 금방 보기에도 행동이 거친 아이가 지극히 얌전한 아이라 칭찬을 받는다.
어디 애들뿐인가.
아줌마들 피부나 화장빨, 옷차림도 엘리베이트 안에서 흔히 보는, 과도한 의사표현의 주 메뉴다.
"어떻게 그렇게 피부가 고와요~. 서른이래두 되겠네!" 그건 어디 제품이유. 나도 좀 쓰게"
종종 엘리베이트 안 대화가 "혹, 교회는 나가세요?"라는 이야기로 빠지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침묵하는 분위기, 과도한 의사표현이 오가는 분위기.
아직 아파트 엘리베이트는 불편한 교류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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