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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득구 진구 6 - 아파트 엘리베이트 공포


득구가 여덟 살이 되서야 혼자서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엘리베이트가 초래한 원인도 컸다.
일곱 살 초까지 살았던 마산 구암동 대동아파트의 당시 엘리베이트 소리가 별났기 때문이다. 쿠-우우웅 하는 소리가 어른이 듣기에도 기괴했다. 하물며 아파트 고층에 살면서 활동력이 떨어진 어린 애에게는 어땠을까.

득구가 그곳에 살았던 기간은 4년, 세살 때부터 일곱 살 초반까지 였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득구가 새벽 3~4시만 되면 우는 것이다.
그것도 엄마 아빠 모두 깨울 정도로 크게, 집요하게.
원인이 그 고요한 시간에 더욱 크게 들릴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트 소리라는 걸 아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득구도 그 공포의 엘리베이트를 혼자 타야 할 순간이 닥쳤다.
대여섯살 때부터 유치원 마치면 다녔던 피아노학원 때문이었다. 
같은 아파트 상가에 있던 학원이라, 마치면 혼자 쫓아 뛰어와 엘리베이트를 타야 했다.
득구는 그때의 기분을 지금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모르겠는데,. 그냥 눈만 감았던것 같고... 생각하기 싫어!"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 엘리베이트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있다.
어느 한 동안, 술만 취하면 엘리베이트에서 내린 내가 집으로 들어올 생각을 않고, 엘리베이트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고 아내가 전했다.
미친 사람처럼.
나는 물론 그 정도로 술에 취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럴 때의 양상, 나의 정서, 심리, 이런 건 이해가 된다. 왠지.
나도 득구처럼 그 엘리베이트에 대해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리에 대해, 양쪽 벽면에 반사된 거울이 겹겹이, 끝없이 층을 만들던 엘리베이트 안의 모습에 대해.

다행히 득구는 일곱살 때 지금 사는 창원의 동읍 대한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엘리베이트 공포에서 벗어났다.
물론, 득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극복과정에는 시간이 걸렸으리라.
사촌들이랑, 동생 진구랑 함께 뛰노는 공간이 됐던 이웃 칠성아파트 엘리베이트도 득구의 공포를 없애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