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 1편 첫 대목을 책으로 읽어 넘기기가 쉽지 않았어. 알고 있지? 1편이 'And the sorcerer's stone'이라는 것. 재수없다고? 그래 미안, '마법사의 돌'
전에 몇번이나 봤던 영화를 떠올렸지만 이 첫 대목은 없었던 것 같애. 그래서 그랬던 거지. 한번 찬찬히 볼까.
'Mr. and Mrs. Durseley, of number four, Privet Drive, were proud to say that they were perfectly normal, thank you very much. They were the last people you'd expect to be involved in anything strange or mysterious, because they just didn't hold with such nonsense.'
휴~ 힘드네. 근데 호정아 호준아, 혹시 아빠가 이렇게 쓴 걸 보고 오해한 거 아냐? 영어공부 같이 하자는 것 쯤으로.
걱정마 그건 아니니까. 아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해. 특히 1편 마법사의 돌이 가장 좋았어. 지금 아빠가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거야.
띄엄띄엄 영문본 책을 읽으려니까 딴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거지. 마치 해리포터가 방학 때만 되면 지옥 같은 더슬리 이모집을 떠나 마법사의 학교 호그와트로 떠나는 것 처럼 아빠도 신나게 떠났던 기억이 있거든.
호정아, 준아.
해리포터의 호그와트처럼 아빠한테 거창 외가집은 영원한 꿈이야. 방학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방학 끝나는 날에야 돌아왔지. 그것도 울면서...
난 거기서 마법을 배우진 못했지만 수영을 배우고 나무스케이트 타는 법을 배우고 계란 속에 쌀 넣어 밥 짓는 법을 배웠지. 그곳에 계셨던 외할머니는 맥고나걸 교수였고, 외삼촌은 뭐든 만들어주는 해그리드였지. 그곳에서 받은 영향을 지금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근데 오늘은 그때 만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네. 용운이 종현이 별명이긴 했지만 장군이, 수봉이 희군이. 동훈이형 용덕이형 상호형...
아주 특별한 기억부터 먼저 전해주까? 그땐 여름이면 집에서 키우던 소를 동네 뒷산에 풀어놓고 맘껏 풀을 뜯게 했지. '소먹이러 간다'고 표현했지. 아빠도 한동안 이걸 했는데 오늘 영어책 읽는 것처럼 어려웠어. 마지막에 소를 찾아서 오는 것과 소가 풀 뜯는 시간동안 동네 형들이 싸움 시키는 게 특히 어려웠지.
싸움을 어떻게 시키냐고? 아주 쉽지. 가운데 금 그어놓고 "야, (이길)자신있으면 먼저 밟아봐" 하면 끝이거든. 그리고는 곧바로 엉겨붙는 거지. 동네형들은 그렇게 동생들 싸움 시켜놓고 소먹이는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건데 아빤 거의 꼴찌 수준이었으니까 정말 싫었어.
근데 한해 두해 일이 아니고 계속 이곳저곳에서 싸움을 하게 되다보니까 이게 늘더라고. 끈기가 생기는 거지. 특히 하루는 바로 옆에 있던 외삼촌이 얻어터지는 내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거든. 나중엔 오히려 "어이구 짜슥아" 하면서 화난 얼굴을 내게서 돌려버렸지.
그때부터 난 달라지기로 했어. 얼굴에 주먹을 맞거나 코피가 나도 울지 않았지. 끝까지 달라붙었고.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 때쯤 돼서는 그때 또래 5~6명 중에서 3등 쯤으로 올라섰지. 뭐, 별거 아니라고? 그게 얼마나 힘든 건 줄 너희들도 겪게 될 거야 아마. 어쨌든 싸움은 반복이야. 계속 반복해야 이길 수 있어. 아마 다른 힘든 일들도 마찬가질 걸.
'Dumbledore turned and walked back down the street.On the corner he stopped and took out the silver Put-Outer. He clicked it once, and twelve balls of light sped back to their street lamps so that Privet Drive glowed suddenly orange and he could make out a tabby cat slinking around the corner at the other end of street.'
기억나지. 이제 덤블도어 교수가 더슬리 이모집 앞에 갓난아기인 해리포터를 막 데려다놓으려는 순간이야. 이걸 죄다 영어로 쓰려니까 지금 아빠가 막 숨이 차거든. 오늘은 이만 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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