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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한국 교육의 대동맥 '대학입시' 3 - 올해 입시 그리고 입시제도의 변화

대입 입시 전형 다양해져도 결국 줄세우기
[한국 교육의 대동맥 '대학입시'] (3) 올해 대학입시와 입시제도 변화
2012년 08월 08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지난 6일 오후 경남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 상담 현장.

16일 시작될 대학 수시모집 지원자들을 위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상담교사인 창원 용호고 김종승 교사가 마주 앉은 학생의 학교생활부 기록과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미리 받은 상담 신청서에는 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성적과 입학사정관·학생부·논술 전형 등 희망 상담분야, 희망 대학과 학과 정보 등이 기록돼 있다.

18일까지 진행될 상담에는 40여 명의 현장 교사들이 멘토로 나선다. 도교육청 경남대학진학전문위원단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에 속한 교사들이다. 2013학년도 대학입학 대장정이 본격화했다. 올해 전국의 대학은 어느 정도 신입생을 모집할까.

종합대학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등 195개 대학에서 올해 모두 37만7958명을 모집한다. 138개 전문대학에서는 모두 24만7302명을 뽑는다. 그중 전국 195개 대학에서 24만3223명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시모집 비율이 전체의 64.4%에 이른다. 수시모집이 이달 16일 시작된다. 전문대학의 경우, 137개교에서 19만5783명을 모집한다. 수시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다.

◇올해 대학입시는 이렇게 = 올해 대학입학 전형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나.

   
  지난 3일 경남도교육청의 수시지원전략 설명회에서 강의하는 창원 용호고 김종승 교사. /이일균 기자  

우선 수시모집 전형이 8월 16일부터 9월 11일까지 1차로, 11월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2차로 나누어 진행된다. 수시모집 합격자는 12월 8일 발표된다. 수시모집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한다. 대학마다 방법이 다 달라 모두 합하면 3만6000가지가 넘는다.

경남교육청 주최로 지난 3일 창원대에서 열렸던 '2013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정보설명회'에서는 올해 대학전형 자체의 특징이 소개됐다. 이날 강사로 나서서 영남권 대학의 수시전형 계획을 분석한 김종승 교사의 이야기가 생생했다.

"요즘 학부모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학 보낸다는 생각보다는 취업시킨다는 생각을 해요. 현실이긴 하지만, 대학 이름이나 간판보다는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한 이야기였고, 교사와 학부모 등 참석자들도 공감했다. 이어 서울의 한성여고 이장한 교사가 강의한 수도권 주요대학의 수시전형 분석 내용도 입시제도의 실상을 단적으로 전했다.

우선, 강의자료의 구성이 그랬다.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로 시작된 내용은 수험생들만 안다는 생소한 4자성어 순으로 진행됐다. '서성한이', '중경외서', '건동홍숙' 식이었다. 가령, 서성한이는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와 이화여대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수능 전국 석차별 대학입학 순위를 이런 식으로 나열했다.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를 명백하게 입증하는 자료다.

내용도 그랬다. 학교 성적이 우수하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에 수시로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뒤집어 보면 전국의 고교별 상위 1% 안팎의 학생들을 'SKY'가 미리 뽑아버린다는 이야기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 인원을 올해 748명으로 늘렸다. 일반전형도 1733명으로 늘렸다. 대상은 내신성적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이 학교별 상위 1등급 이내다. 연세대는 학교생활우수자트랙을 올해 550명으로 늘렸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 지원할 정도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고, 학교별 상위 1.6~1.7등급 정도 돼야 1단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려대는 학교장추천전형으로 670명을 뽑는다. 이 전형의 합격자도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과 특기자 전형, 연세대의 일반우수자전형이나 진리자유전형처럼 지원학생들의 등급이 각 학교별 1등급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내다봤다.'

한편, 올해 수학능력시험 날은 11월 8일이다. 수시모집에 비해 수학능력시험과 고교별 내신성적 등으로 전형하는 방법을 정시라고 한다.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대학도 많다. 수시와 정시가 현행 대학 신입생 모집의 두 축이다.

   
  지난 5월 14일 MBC 경남홀에서 열린 서울대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울대 입학사정관 제도와 관련한 강연을 필기하며 주의깊게 듣고 있다. /박일호 기자  

◇대학입학제도의 변화 =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과열 경쟁과 대학간 서열화를 재생산하는 핵심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학별 학과별로 입시가 치러지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수능 점수에 따라 해당 서열의 대학에 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입시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관련 자료와 교육혁명공동행동 연구위원회가 만든 책 〈대한민국 교육혁명〉에는 1945년 해방 후 입시제도의 변화 과정이 나와 있다.

1기는 1945년부터 1961년까지로,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2기는 1962년부터 1980년까지다. 대학입학자격고사가 도입됐다가 1969년부터 예비고사+본고사 체제로 운영됐다. 62년 도입됐던 대학입학자격고사는 당시 대학서열체제와 대학 내부구조의 개편 없이 시행됐다가, 비선호 학과에 정원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3기는 1981년부터 1993년까지로, 학력고사와 내신이 병행되던 시기였다.

4기는 1994년 이후 지금까지다. 수능+내신+대학별고사(논술 등)가 병행되고 있다.

특히, 4기에 해당되는 현재의 대입과 교육체제는 1995년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안'에 입각해 완결된 교육체제다. 교육혁명공동행동 측은 이를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로 규정한다.

사립대학이 양산되면서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체제가 됐고, 이로 인해 수많은 실업계 고교가 인문계로 전환됐다. 사립대의 수가 압도적인 가운데 국립대학의 법인화가 추진되고, 대학서열체제는 고착화했다.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가 등장해 교육 평등의 상징이었던 고교평준화 체제도 해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 흐름을 더 가속화했다. '대학입시의 자율화'를 내세우며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확대했고, 수능시험을 영·수·국 위주의 수준별 수능체제로 개편했다. 내신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려 하는데, 이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는 명문대로 불리는 일부 대학들이 입맛에 맞게 전국 각 지역과 계층의 학생들을 마음껏 뽑을 수 있게 했다.

결국, 2013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수시전형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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