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에 살수록 스트레스가 더 많아질까.
나날이 짜증이 느는 득구 진구를 보면서 든 의문이다. 어디 애들뿐인가.
조금만 상태가 안 좋으면 개처럼 '왈왈'거리는 나 자신을 봐도 한번쯤은 반드시 조사해봐야 할 과제였다.
다행히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2007년 8월에 확보했던 자료였다. 관련 데이터가 10년 이상 됐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이 점에 관해 당시 나에게 자료를 추천했던 서울시립대 건축과 박철수 교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대학교수들도 이 분야 연구를 안 해요. 대부분 10년 넘은 자료들이죠. 이유는 아마 아실 거에요." "고층이나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대세가 돼버린 2000년 이후 학계나 전문기관의 비판적 연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 건국대 건축학부 강순주 교수팀이 1994년 3~4월에 서울에 있는 초고층아파트 거주장 중 입주 후 1년이 지난 주부들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자료는 그렇게 확보돼다.
전업주부가 91.7%로 거주층은 16층 이상(초고층)이 31.2%, 10~15층(고층)이 27.7, 5~9층(중층)이 22.3, 4층 이하(저층)가 18.8%의 분포였다.
우선 평균 주거환경 스트레스 값을 3.0으로 봤을 때, 16층이상의 경우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3.35였다. 구체적으로 층간 소음과 하수파이프 소음, 창문 소음 등이 내용이었다.
승강기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3.74로 스트레스 항목 중 가장 높았다.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거나 내부 범죄발생 우려 등도 포함됐다. 또 재해 시 피난경로 불안이 3.48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구조 및 시설로 인한 스트레스평균은 2.96으로 낮았다. 수납공간의 부족 항목도 3.53으로 높았다. 행동제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2.89로 낮았지만 노인과 어린이의 생활불편이 3.45로 높았다. 특히 높은 곳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불안은 2.14로 가장 낮았다. 심리적 압박감이나 고립감 등이 낮다는 것이다.
다음은 주거특성에 따른 주거환경 스트레스 결과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거주층이 높을수록, 알고 지내는 이웃이 적을수록 스트레스는 높았다. 핵심인 건강상태 분야에서는 전반적 건강상태가 1.36이었다. 이에 비해 16층 이상 거주자의 경우 감기에 잘 거리고(1.73), 기관지 및 두통(각각 1.44), 근육통(1.41)을 상대적으로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리적 거주성과 승강기 등의 사고 우려, 주택구조 및 시설과 소음 등의 요인이 거주자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주거환경 스트레스와 연령 등이었다.
◇"나무가 자라는 높이 이상은 거주 안 돼"
당시 연이은 취재과정 중에서 나는 2007년 10월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몽의 일본건축의학협회 사무실에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묘한 분위기의 마츠나가 슈우가쿠 이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주거공간과 사무공간은 달라야 합니다. 인도에 이런 연구결과가 있어요. 나무가 자랄 정도의 높이가 사람이 사는 데 적합한 높이라는 거죠. 그 근거는 영어의 Magnetic Power 정도로 해석되는 지질, 지력입니다. 힘이 미칠 수 있는 범위라는 거죠." "사람이 거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층수는 2~3층입니다. 콘크리트 자재의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그 자체의 건강장애 요인을 전제로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벽에 나무를 붙이거나 침실에 나무나 화분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자연을 끌어오는 거죠."
마츠나가 이사장이 협회의 주된 활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앞의 발언 근거를 댔다. 건축과 의료계, 주거학계 등이 망라된 회원들이 건축자재와 에너지, 지질(지력) 등 세 분과 활동을 한다. 특히 에너지 부문은 건물 주변의 소리와 빛, 색채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지질 분과에서는 고압의 전류나 전자파, 코일 같은 건물 주변의 요인을 주로 점검한다. 그 즈음 부산 동의대 신병윤 교수가 건물을 지을 때 빛이나 조명, 색깔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물었다. "가능하면 모든 방향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를 하죠. 특히 내부 벽은 흰색을 쓰지 않습니다. 가설이지만 우울증, 자살충동 같은 게 흰색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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