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구는 아파트 안에서 걸을 때 이상하리만치 발을 쿵쿵거린다. 아래층 분들도 신경 쓰이고, 이 소리를 들으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발뒤꿈치에 힘을 줘 걷기 때문이다. 득구는 매번 말한다. "조심한다고 하는 거야!. 이게 조심해서 걷는거야" "고쳐라" "고쳐라" 해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과연 득구의 진심인지, 일종의 저항인지, 그런 생각도 든다.
동생 진구는 아파트 안에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나면 아예 한 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 엄마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 그래서 개처럼 왈왈거리게 만드는 그 소리를 눈치챈 것이다.
'쿵쿵! 쿵쿵'
진구는 씩씩거리면서 아예 머리까지 용두질해가면서 두 발에 힘을 준다.
완전히 돌아버린다. 그때부터 난 진짜 '개'가 된다. '으르르렁! 왈왈! 왈왈!
어쨌든 우리집 애들이 즐겨쓰는 위력시위는 발을 굴리는 것이다.
그 시위는 당연히 득구와 진구의 스트레스와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 때가 많다.
'소년의 안에서 성장하는 분노와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소년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주문처럼 외려하지만,
얼굴은 이미 일그러지고, 고함은 용수철처럼 튕겨나가버렸다.
평소에 했던 이성적인 걱정도 그때 머릿속에는 온데간데 없다. '이제 열살인 득구, 여섯살인 진구에게 아파트라는 공간적 제약이 얼마나 불편할까'하는 걱정.
머릿속 온데간데 없어진 걱정의 자리는 아예 하얘지고 윽박지를 충동으로 채워진다.
"제발! 가만히 쫌 못 있나? 가만히 앉아라!"
그래서 <아들 심리학>의 다음 구절을 읽었을 때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12장 '지금 아들에게 꼭 필요할 것' 중의 구절이었다. '소년들의 격렬한 활동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주라. 아들들에게 신경안정제를 먹이려 들지 말라. ..그저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들어라. 활동성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10대소년이 돼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부딪히고 밀쳐대기에 바끄다. 그것은 소년들이 늘 사용하는 떠들썩하고 활발한 신체언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돌변한 아파트의 개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으르렁거리고 침을 흘리며 기어코 아이들을 기죽게 만들고 풀죽게 만들어버린다.
그때 득구 진구는 신경안정제 먹은 아이처럼 보인다.
득구 진구 - 스트레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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