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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문기사

지방에서 산다는 것

'지방'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싶었던 건 2016년 초였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그 전에 했던 대개의 기획이 그랬듯 의도적이었다.

 

누구나 다 알 만한 빤한 주제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정말 그럴 수 있게 빤하지 않게 취재하고

 

쓰고 싶었다.

 

지방이라는 주제는 정말 그럴듯했다.

 

대중성 있고, 공감도도 있고, 반향이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내가 지방에 살고 있고, 인생 전반에 걸쳐 서울과 지방이라는 종속적 배타적 범주에 지배

 

돼 왔고, 지역신문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있을까.

 

그래서 썼던 게 아래의 기획 첫 편이었다. 내가 좀 더 자세히 쓰고 싶었던 건 이 기사의 첫 부분

 

'지방에 산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눈으로 본 홍준표 도정] 1부 왜 지방자치인가? (1) 지방과 지방자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6년 06월 07일 화요일
 

 

 

이 기획은 홍준표 경남도정을 기록할 필요가 있

 

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홍준표 도정은 지금도

 

미래신성장 동력 확보와 서민복지 확대를 위해

 

불퇴전의 진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 전

 

국 시·도지사 여론조사 꼴찌, 도민 36만 명 주민

 

소환 청구라는 벽과 마주하고 있다. 홍 지사 재

 

임 3년 6개월간 계속된 대립과 단절의 결과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홍준표 도정을 기록하려면 기준이 필요했다. 지난 2월 16일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

 

면 개정 방안' 토론회에서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한국사회의 근본 과제를 분단, 양극화, 중앙집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세 과제를 해결할

 

길은 지방분권밖에 없다고 본다." 앞뒤가 없어 비약으로 들리겠지만, '지방'과 '지방자치'라는 기준

 

을 제시한 자리였다.

 

이 기획은 전체 4부 중 1부 3편은 지방과 지방자치가 왜 홍준표 도정 평가 기준인지, 내용은 무엇

 

인지 분명히 밝히는 데 할애했다.

 

 

◇지방에 산다는 것 = 지방에 사는 사람이 지방에 산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적은 취직 기회, 낮

 

은 보수, 정치적·문화적 소외 등등 불편을 겪을 때는 '지방 탓'을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 지방분권

 

등 자신이 주체가 돼 벌여야 할 운동 측면에서는 무관심하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공부 욕심을 가

 

지는 대부분 부모나 아이는 대학 진학 목표를 'in 서울'에 둔다. 가능하면 지방을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삶의 정체성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거나 개선하는 일은 그 뒤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방식민지 독립선언서>에서 지방을 '내부식민지'라고 했다. '국토의 12%

 

수도권에 대한민국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인구의 50%,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의 51%, 공공청사의 80%, 정부투자기관의 89%, 예금의 70%가 몰려 있다.'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수도권으로의 파멸적 집중'이라는 칼럼에서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2분

 

의 1,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을 보이게 됐다.

 

이런 파멸적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재추진하지 않으면 국가발전, 국민

 

통합, 성장동력의 확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강준만도, 성경륭도 "수도권 초집중 체제를 깨는 길은 지방"이라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이는 책에

 

만 머물러 있다. 지방민 스스로 탈출보다는 기존 체제에서 생존하기를 원한다. 강준만은 그래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재완의 말을 들려준다. 그는 지금 창원시 미

 

래전략위원장이다.

 

"수도권 규제 문제도 좀 더 큰 차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가 중국의 자치성 하나보다 작

 

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조차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전 정부처럼

 

수도권에 있던 걸 빼내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건 낡은 방식이다. 격차는 완화할 수 있겠지만,

 

전체 파이는 똑같지 않나?"

 

"경남 마산에서 자라 부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는 그가 지

 

방보다는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애국심을 보인 것에 감동해야 할까"라고 개탄한 강준만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지방은 이제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

 

적하고 해결하자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지방의 무능과 부패를 말하는 사람에게 권한

 

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