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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할매는 살아있다

1919년생 우리 할매의 연세는 99.

 

하루 24시간 한 달 720시간 18760시간, 그렇게 543800시간을 꼬박 요양병원 침상에서 누워

 

있던 세포들.

 

 

 

 

잠자고 있던 할매의 체세포가 다시 기지개를 폈다.

 

시작은 54일 낮 1230분께였다.

 

서울서 온 둘째 손녀 규리가 잠자고 있던 할매의 세포를 깨웠다.

 

몇 개가 남아있을지도 모를 할매의 체세포가 일제히 기지개를 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4시간 뒤.

 

온 몸의 세포를 모두 일으켜 세운 건 훤이였다.

 

몇 달 전부터 엄마 세진이가 보낸 동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아이였다.

 

내가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여드리면 할매는 마치 눈앞의 아이를 대하듯 어루루 까꿍” “어루루 까

 

했었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후 5시에 내가 병실에 들어서자 세상에.

 

할매가 탄성을 터뜨렸다.

 

전부 다 오네! 전부 다 와!”

 

할매가 이렇게 함박웃음을 짓고, 탄성을 터뜨리신 게 얼마만인가.

 

 

 

 

득구야,

 

진구야,

 

아흔아홉 할매의 경이로운 생명력이다.

 

할매는 살아계신다.

 

2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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