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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방자치 실전상식 - 신나는 지방자치 사례

지방자치 실전상식 - 정말 신나는 지방자치 사례

 

이시원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가 지방자치강의 20분도 안 돼 졸거나 강의장을 빠져나가려는 공무원들을 다시 집중시킨 뭘까?

그가 말한 사례의 기준은 이랬다.

지방자치를 개념과 원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론으로 풀어가서는 안 된다. 듣는 사람들 다 잔다. 어떻게 됐든 일선 시·군과 읍··동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례를 갖고 이해해야 한다. 아파트단위의 공동체 활동, ··구 차원의 주민참여예산이나 도시재생 사례 같은 걸 제시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고 강의 반응도 달라진다.”

 

이 시원 교수가 추천한 사례는 대전시 유성구 주민참여예산제다.

대전 유성구(구청장 허태정)(9)4일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이날 오후 구청 대회의실에서 주민 33명과 전문가 6명 등 39명의 주민참여예산구민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 단위 사업 30개 사업(32000만 원), 구 단위 사업 6개 사업(32900만원) 등 모두 36개 사업(64900만원)을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했다. 동 단위 주요 사업은 원신흥동 한여름 그늘막 설치 온천1동 쓰레기 불법 투기지역 양심화단 설치 온천2동 무료 체조교실 운영 노은1동 노은역광장 공공 와이파이 기능 보강 노은2동 반석교 지하 보행로 개선사업 신성동 우리 아이들 등하굣길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사업 전민동 보행자 안전을 위한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설치 .”

 

몇몇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템이 눈에 띠지만, 그다지 신날 건 없어 보인다. 정확이 두 달 전으로 되돌아가면 사정이 다르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꽃을 통해 슬픔을 위로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저의 제안에 소중한 한 표를 주시고 예산을 편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27일 유성구 주민참여예산제 노은2동 주민회의에서 걷고 싶은 꽃길조성사업의 발표자로 나선 제안자 발언이다. 동 주민회의는 주민이 직접 제안한 사업들을 발표하고 지역 주민 80여 명과 함께 토론해 우선순위를 전자투표로 선정하는 자리다. 대전 유성구는 6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순차적으로 관내 11개 주민센터에서 동 주민회의를 개최했고, 접수된 총 65(85천여 만원)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유성구는 주민회의에 참석이 어려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키 위해, 지난달 612일부터 21일까지 112투표로 실시한 인터넷 사전투표를 통해 3640명의 의견도 반영했다. 선정된 사업들은 해당부서의 법적·제도적 검토를 거친 후 오는 9월 주민참여예산 구민위원회의 심의·조정과 12월 구 의회의 최종 의결을 통해 각 동별 3천만원 이내로 2018년 예산에 편성된다.”

 

 

         대전시 유성구 주민참여예산제 과정의 맨 아랫단위이면서도 핵심인 동 주민회의 장면. 

 

 

아하, 각 동 단위 주민회의를 거쳐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결정되는 거구나. 주민자치까지는 아니지만, 주민참여는 분명하다. 그 시작은 어땠을까?

대전시와 중구에 이어 유성구도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08)17일 유성구에 따르면 오는 25일까지 실시되는 '5회 유성구 사회통계조사'에서 예산에 대한 구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할 예정이다. 구는 조사원 25명을 동원해 관내 표본가구로 선정된 1천 가구를 직접 방문, 구민 삶의 질과 관련된 복지·문화·재정·교통 등 7개 분야 52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사회통계조사를 실시하면서 이들 분야 중 우선 투자돼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등 예산에 관한 의견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구는 오는 10월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산설명회도 열어 설문조사 결과와 예산설명회를 통해 건의된 주민 의견을 오는 11월께 편성되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렇게 2010년 시작됐으니 7년의 관록이 있다. 그렇지만 위 내용만 봐서는 유성구의 주민참여예산 태동과 성장 배경이 뭔지 불투명하다. 그래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갔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자체가 예산안을 수립할 때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이 선택한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 편성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편성권을 가진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높이는 장치로 2005년 임의조항으로 도입된 후 20119월 의무화됐다. 제도의 변화와는 별개로, 민선5기 일부 지자체장들은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 도입했다.

 

순천시와 수원시 사례

순천만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갈대숲.

자연 그대로의 순천만 보전운동은 1992년 순천시의 직강화와 준설사업 등 하도정비사업에 대해 .

지역 환경운동단체들이 반대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3년 민선3기 조충훈 시장이 순천만 생태공원화사업을 추진해 연안습지 28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20061월 람사협약에 등록되면서 세계적 생태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2008년 민선4기 노관규 시장은 환경중시 정책을 그대로 잇고, 여기에 생태수도사업소정원박람회 담당부서를 설치했다. 2013년에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주최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순천만 보전을 위한 시민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협조, 역대 시장들의 일관된 정책,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재정지원 등이 복합된 성과였다.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순천시 자치운동의 지향점을 만든 출발지가 순천만이다. 

 

 

다음으로 수원시의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사업.

공동체·생태계 파괴, 도시양극화 문제에 봉착한 인구 110만 명의 대도시 수원은 201010수원시 좋은 마을 만들기 조례제정으로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휴먼시티 수원사업을 시작했다. 공동체프로그램, 시설·공간 조성 등 마을르네상스운동과 기존 전면철거 방식이 아닌 개보수를 통해 도시를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서 도시르네상스운동이 결합됐다. 부시장 직속의 마을만들기 추진단과 마을르네상스센터가 동력이 됐다. 이후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공모로 마을르네상스사업을 선정했다. 수원시는 도시재생뿐만 아니라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생활현장의 일에 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 이를 지자체 공무원과 전문가, 중간지원조직, 주민이 서로 협력하는 거버넌스시스템을 구축했다.

 

민선 5기 수원시는 2030년 수원시의 비전과 목표, 전략, 세부실천전략과 주요지표, 도시기본구상을 다듬는 과제를 각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 자영업자, 사회적 약자, 기업인 등 130명으로 구성된 시민계획단에게 넘겼다. 시민계획단은 매주 토요일 회의를 진행하는 등 강행군을 거듭했다. 이들은 20122월부터 7월까지 수십 차례의 분과별 토의와 수차례의 전체 토론, 안건별 투표 등을 통해 수원의 미래상인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휴먼시티 수원을 이룰 수 있도록 3대 목표와 12개의 전략, 36개의 세부실천전략이 담긴 꿈의 지도를 만들었다. 201413, 시민주도형 도시계획안은 ‘2030년 도시기본계획으로 확정됐다.

 

의미

이시원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 사례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근본적으로 지방자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국회가 지방자치를 거저 주나? 그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지역별로 개별적 상향식 혁신사례가 나와야 그걸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많다는 알게 되고, 없애자고 요구하게 된다. 지방자치는 이렇게 전개돼야 한다. 발걸음을 크게 만들려면 일선 자치단체에서 이런 저런 작업을 하고, 불편한 게 많다는 점을 정부나 도에 내세워야 설득력이 있다. 일선 시군이 이렇게 치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선 시군의 노력을 찾기가 어렵다. 위의 사례들은 그 와중에서 전개된 것이다. 정부가 나서려면 동력을 어디서 얻겠는가. 일선 시군이, 도가 자꾸 치고 나와야 동력이 되지 않겠는가.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시군 공무원이다. 시장 군수는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공무원들이 시늉만 하고 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2017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