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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방자치 실전상식-지방자치가 나를 설레게 했을 때

지방자치하면 가슴이 벌렁벌렁한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마음이 설레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방자치 하면 신이 나거나 왠지 기분이 좋아지나?

 

친구의 반응이 궁금했다.

지방자치 하면 뭐가 떠 오르노?”

없다. 아무 느낌 없다.”

그래도 지방자치니 주민자치니 주민자치위원회니 아파트자치위원회니 하면서 자치, 자치 칸다 아이가?”

그중에 진짜 자치를 하는 게 있나? 말로만 자치’ ‘자치하지 정해진 사람이 저거끼리 하는 거 아이가! 공허하다.”

그라먼 어떻게 하면 되는데? 지방자치가 피부에 와 닿게 할라면?”

몰라! 머리 아프다 마. 고마 해라!”

 

사실, 지방자치나 자치를 실감하지 못하는 건 친구나 나나 같다.

나 역시 지방자치하면 휑하다. 공허하다. 별로 재미없다. 신나지 않다. 갑갑하다.

왜 그럴까?

우리가, 내가 주체로 나서서 한번 해보자는데 왜 신이 안 나나?

지방자치, 주민자치, 주민자치센터니 아파트자치위원회니 하면서 자치라는 말은 난무한데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런가? 근본적 이유가 있는가?

 

지방자치 하면 다 잔다

이런 느낌은 대학 강단에서 직접 지방자치를 가르치는 교수도 가지는 모양이다.

이시원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히 공무원이나 시민 대상으로 지방자치 강의를 할 때 더 그렇다. 1시간 강의를 해야 되는데, 20분도 안 돼 다들 빠져나가려고 안달이다라고 했다.

 

지방자치라는 개념을 내 것으로 하지 못해서 그런 건데 공무원들조차도 그렇다. 내가 행정을 하고 있지만 이게 국가사무든 지방사무든 무슨 상관있냐는 투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업무 자체가 자치사무보다는 하향식 위임사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치라는 원칙과 관념이 반영될 여지가 작다.”

 

 

 

                               이시원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경남도민일보

 

 

이 교수께 그래서 어떻게 하시냐고 물었다.

개념과 원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론으로 풀어가서는 안 된다. 어떻게 됐든 일선 시·군과 읍··동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례를 갖고 이해해야 한다. 아파트단위의 공동체 활동, ··구 차원의 주민참여예산이나 도시재생 사례 같은 걸 제시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고 강의 반응도 달라진다.

 

세상이 변했다는 걸 모른다

왜 우리가 지방자치를 머리 아파하는지 좀 더 근본적인 분석도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에서 그동안에는 분권을 단순히 행정부처 간의 행정권 배분문제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지방자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분권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행위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고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전부인양 인식하면서 내가, 내 친구가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 영역이 도외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4년 진주의료원 폐원 조치 이후 추진됐던 주민투표’,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이후 추진됐던 주민소환’, ‘주민발의같은 직접참여제도가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추진절차는 엄격하고 까다롭기 짝이 없다.

 

강원택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자치의식, 지방자치 참여가 근본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민주, 자유, 경제성장, 국토개발 등과 같은 (국가적) 이슈의 중요성은 약화되었으면 이제는 삶과 관련된 교육, 고용, 주택, 세금, 환경, 연금 등과 같은 이슈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생활정치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나 요구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제공하거나 현장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할 때 중앙정부 혹은 국가의 수준은 너무 멀고 비효율적인 것이 되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보다 삶의 현장에 밀착된 단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주민의 참여, 헌신을 통한 공동체의 지속과 발전이 모색돼야 한다. 이제 중앙의 기능은 지방적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없는 일에만 적용되는 보충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

 

2017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