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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방자치 실전상식 - 지방현실 인식 실태(초고)

지방자치 실전상식 - 지방현실 인식 실태

 

지난 시간 나는 한국사회 지방의 현주소에 대해 정리했다. 오늘 쓰려는 글은 그런 지방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인식 실태다.

 

이에 대해 <경남도민일보> 201667일 자 지방자치의 눈으로 본 홍준표 도정 (1)지방과 지방자치에 나는 이렇게 썼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지방에 산다는 걸 잊을 때가 많다. 적은 취직 기회, 낮은 보수, 정치적·문화적 소외 등등 불편을 겪을 때는 '지방 탓'을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 지방분권 등 자신이 주체가 돼 벌여야 할 운동 측면에서는 무관심하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공부 욕심을 가지는 대부분 부모나 아이는 대학 진학 목표를 'in 서울'에 둔다. 가능하면 지방을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삶의 정체성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거나 개선하는 일은 그 뒤다.”

 

오로지 ‘in 서울

나는 그 사례를 20125월 경남도교육청의 진학지도 담당자 연수취재 때 확인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다들 안다는데, 혹시 이런 말 아시는지? '서성한이' '중경외시', 게다가 '건동홍숙'까지. 사자성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뜻을 가진 조합어도 아니라는데 그 참, 알고 보면 씁쓸하다. 그냥 맨 앞에 말만 풀면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정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안연근(잠실여고 교사) 강사가 생소한 용어를 나열한 뒤 말했다.

 

대학입학은 흔히 알듯이 점수로 가는 게 아니에요. 전국석차로 가는 거죠.’ 그리고는 앞서 나열한 순서대로 전국 몇 등이 갈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붙였다. 전국의 고교별 상위 1% 안팎을 'SKY'가 미리 뽑고 나면 그 다음 순위 학생을 위의 ‘in 서울대학들이 뽑아간다. 유일한 기준인 성적으로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는 입시교육의 전형이었다. 대학을 나열해도 소위 '지방대'는 하나도 나오지 않더니, 한참이나 지나서 언급됐다. ‘그래도 예전에는 SKY 다음이었는데 완전히 밀렸죠. 7~8년 됐어요.’”

 

        경남도교육청 주최 2013학년도 진학지도 담당자 연수 및 서울대 입시설명회/경남도민일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방식민지 독립선언서>에서 내부식민지의 책임을 중앙에만 묻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더 비중을 둘 것이다. 역설 같지만, 지방이 지방을 잘 모른다고 꼬집는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진주 출신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수도권으로의 파멸적 집중'이라는 칼럼에서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2분의 1,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을 보이게 됐다면서 "수도권 초집중 체제를 깨는 길은 지방"이라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이는 책에만 머물러 있다. 지역민 스스로 탈출보다는 기존 체제에서 생존하기를 원한다. 그런 지역민에게 강준만은 비수를 꼽는다.

지방은 이제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적하고 해결하자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지방의 무능과 부패를 말하는 사람에게 권한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서울이 지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방이 서울을 결정해야 한다. 개혁과 혁신을 삶의 질을 높이는 수준으로까지 넓게 생각한다면, 서울이 아닌 지방이 개혁과 혁신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과 실천이 올바른 해법일 수 있다.”

 

싸우지 않으면서 지방 탓

지역민들의 고질적 지방 탓은 지방자치마저 잊게 만든다.

1970~80년대 민주화 항쟁의 결과물로 1991년 기초·광역 지방의회 선거, 1995년 기초·광역 자치단체장 등 전국동시지방선거로 힘겹게 재개시켰던 지방자치마저 관심 밖이다.

심지어 왜 지방자치를 하느냐며 독설까지 한다.

"왜 지방자치를 하나? 말 많고 탈 많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좁은 땅에서 중앙집권하면 되지!"

대개 민선 1~6기 끊이지 않는 지방자치 선출직의 부패·부조리 실태를 꼽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은 중앙집권론자.

 

이 물음에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에서 답했다.

과거 경제 성장기 한국사회 주요 의제는 경제 계획, 성장, 국토 개발 등이었다. 국가는 중앙집권을 통해 희소자원을 총동원, 경제성장에 쏟아 부었다. 지방은 중앙 관료적 지배의 분소였고, 희소 자원을 송출하는 도관에 불과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국가가 사회를 끌고나갈 수 없게 되었다. 민주, 자유, 경제성장, 국토개발 등과 같은 이슈의 중요성은 약화하고, 실제 삶과 관련된 교육, 고용, 주택, 세금, 환경, 연금 등과 같은 이슈가 부각됐다. 이런 현장의 요구에 중앙정부 혹은 국가의 수준은 너무 멀었다.”

 

최우용 동아대 교수의 격문역시 싸우지도 않으면서 현실을 지방 탓으로 돌리는 지역민들의 비겁함을 꼬집는다.

 

 

 

그는 <경남도민일> 올해 627일 자 열린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하자 (4)지방이 살 길은 에서 지방분권 운동은 독립운동처럼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결코 정부 정책 차원으로 실현될 수 없다. 그것을 시혜라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궁극적 분권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경제적 양극화, 남북한 분단모순과 함께 지방의 중앙 종속은 한국사회 3대 모순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독립운동이 그러했듯이 지방분권은 언젠가는 이루어야 하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시대적 정의.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패망이라는 국제적 환경 변화와 독립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독립운동 투사들의 고군분투 때문이었다. 그런 정신이 아니면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원하고 요구하고 싸워야 획득할 수 있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주장은 같다. “지방자치의 탄생·성장·완성 과정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체제의 변화, 주체의 요구, 시대 흐름의 요구였다. 절대 정권과 권력자, 권력집단의 시혜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다. 정치권력은 결국 뺏고 빼앗기는 성격을 갖고 있다. 원하고 요구하고 싸워야 획득할 수 있다.”

 

2017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