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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방자치 실전상식 - 홍준표는 또 나온다(완성)

지방자치 실전상식 - 홍준표는 또 나온다

 

2012년 경남 땅에 뚝 떨어진 홍준표 현상의 원인은 뭐였나?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종속인가, 정당정치 종속인가?

여기서 홍준표 현상이라는 건 그의 공과를 말하는 게 아니다. 중학 입학 이후 50년간 경남을 떠났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도지사로 당선되고, 44개월간 지자체 수장으로 휘두를 수 있는 권리는 모조리 휘두르는 전횡이 가능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201212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직전까지 홍준표는 정치적 퇴물로 취급됐다. 당 대표, 원내대표를 거쳤지만 국회의원 끈은 떨어졌다. 그런 그가 50년 전 떠났던 경남 땅에 돌아와 일약 도지사로 당선됐던 것은 순전히 새누리당 간판 때문이었다. 경남에서 새누리당 짝대기만 꼽으면 당선되던 시절이었다.

홍준표가 왜 경남도지사에 도전한 게 지방정치를 위한 게, 지방자치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건 쉽게 확인된다. 대권도전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그는 도지사 일을 하방(下放)’이라고 표현했다. 1950년대 이후 중국 정부가 당··군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변방의 농촌이나 공장으로 파견시킨 것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그는 중앙정치인의 지방정치 경험이라는 뜻으로 풀었다. 장차 중앙정치를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홍준표는 회의적이었다. 2017년 초 지방자치관을 묻는 기자 질문에 그는 답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무슨 지방자치야? 지금은 천하대란의 시대야. 나라는 대통령 탄핵으로 시끄럽고 나라 밖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스트롱맨들 싸움으로 난리야. 그런데 지방자치? (나 같은)스트롱맨이 강력한 중앙집권을 해야 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하자

오늘 다룰 지방자치 주제는 정당정치 종속 문제다.

단체장이든 의원이든 지방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정당과 공천자를 무서워한다. 정당별 선호도가 확연히 갈리는 지역주의 투표행태때문이다.

 

○○당 간판만 달면 누구나 당선되는 지역주의 투표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키는 결정적 원인이다. 영남에는 새누리당, 호남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면서 싹이 텄고,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에 의한 3당 합당을 통해 지역에 뿌리를 박았다.

이전에도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없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19714월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는 전라남도에서 유효투표의 34.4%를 얻었고, 낙선한 신민당 김대중 후보는 부산시에서 유효투표의 43.6%를 획득했다.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공직선거 투표행태는 여촌야도였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은 시골에서 강세를 보이고, 야당은 도시에서 강세였다. 이는 박정희 정부가 19732월 제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를 소선거구에서 중선거구로 바꾼 배경이 됐다.

 

 

 

2017년 2월 국회 지방분권개헌 결의대회. 정당 대부분 기초지자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기초지자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 시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기초 단체장과 의원 선거만이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해 영향권이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1995년 초대 지방자치 단체장·의원 통합선거 때는 실제로 그랬다. 1994년의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제84조에서 1988년의 지방의회선거법 이후 줄곧 자치구··군의원 선거의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이를 뒤엎었다. 2003130일 선고에서 선거법 제84조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방분권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거 후보자에 대해 정당 표방을 금지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 도출되는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자치기능 보장의 관점에서 볼 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광역의원 선거는 기초의원 선거와 아무런 본질적 차이가 없는데도 지방선거 중 기초의원 선거의 후보자만을 불리하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했다.

 

결국 정당의 후보자 추천은 200584일 개정 공직선거법에서 시··자치구의원 선거에까지 확대돼 2006531일 제4회 동시지방선거 때부터 시행됐다. 그 결과 지방선거의 정당화는 한층 더 강화됐다. 16명의 시도지사 당선자 중 15(94%), 시도의원 당선자 733명 중 719(98%), 시장·군수·구청장 당선자 230명 중 201(87%), 그리고 시··자치구의원 당선자 2888명 중 2660(92%)이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였다.

 

정당공천이 왜 문제가 되나?”

그래선지 이번 19대 대선에서 유력후보들 대부분이 기초단체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당공천이 현재 지역주의 정치구조 아래 심각한 폐단을 부른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고, 여성·장애인·사회적소수자 대표성 확대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기초단체가 정치적 분쟁과 결별하기 위해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기초단체 정당공천과 함께 지역주의, 진영정치를 득세하게 한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입장이 달랐다. “왜 정당공천에서 원인을 찾나? 지방의 중앙정치 의존은 지방분권과 재정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당별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하고, 책임정치·풀뿌리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에 정당이 관여하는 정당정치는 물에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논리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많은 생각을 크게 몇 갈래로 수렴하는 역할은 정당만이 할 수 있고, 이런 정당정치를 구현하는 유력한 수단이 공직선거 후보자의 정당추천제라는 것이다.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도 정당공천제는 유지돼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의 갑질, 공천헌금, 소신껏 활동하지 못하는 등 부정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정당에서 제대로 검증된 사람들을 공천하면 책임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다. 후보선출 방식, 민주적 절차, 당원추천 등 공천과정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의당은 지난 4월 시군의원 보궐선거 때 자격 미달로 1명을 아웃시켰다. 엄격한 자격심사가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당법 고쳐 지역정당 허용해야

현실적 폐단을 없애기 위해 기초단체 정당공천을 폐지하자.” “원인을 왜 정당공천에서 찾나? 상향식 공천제를 정착시켜라.” 두 입장의 차이는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앞으로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의 최대 쟁점이다.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종속 문제를 지역정당 허용이라는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분권운동경남연대 대표인 안권욱 고신대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지방분권운동경남연대 안권욱(맨 왼쪽) 대표 등의 2017년 2월 도의회 기자회견/경남도민일보

 

 

물론 정당공천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거고, 유권자들이 정치칼라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정당 민주화가 안 돼 있다. 중앙당이 지역을 좌우하고, 사실상 공천권자에 목을 매단다. 그래서 중앙에서는 정치적 퇴물로 여겨지는 사람이 경남 와서 도지사를 하고 시장을 하고 하지 않느냐.”

동시에 정당법을 고쳐 지역정당도 설립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독일은 광역인 주정부 단위 이상은 70% 이상 전국정당 영향권이지만, 주정부와 기초정부 등 30% 가까이 지역정당 체제가 공존한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 굳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할 필요도 없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지방자치 선진국들처럼 지역정당 체제가 돼야 한다. 현행 정당법은 중앙당이 있고, 전국조직이 있어야 정당 설립을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역정당 허용 건을 홍준표 같은 낙하산 인물과 지역주의 투표를 막는 대안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지역정당 허용, 두 가지 대책이 지방자치를 중앙정치, 더 좁게 정당정치로부터 보호하는 유력한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201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