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파트

아파트키드 진구 1

2012. 7. 13일

이제 여덟살 진구. 열두살 된 득구 동생이다.

남자애지만 가족 중에선 드물게 갸름하고 예쁜 얼굴이라 버럭씨 집안의 마스코트다.

버럭 씨 부인의 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다가 왕자님, 000, 잘 나가면 끝이 없다.

 

그런 진구는 때로는 걱정을 안긴다.

형과 달리 삐쩍 마른 몸에 작은 키 때문에 1학년 반 애들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며칠전 장염으로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갔을 때 키가 116센티에 19키로였다. 네살 9개월 빠른 득구는 지금 키 143센티에 37키로다.

물론 먹는 문제 때문이다. 몇가지 좋아하는 음식 빼놓고는 거의 안 먹으려 한다.

하도 안 먹으니까 버럭 씨가 물어본 적이 있다.

"진구야, 니가 먹고 싶은 것만 하나씩 이야기해볼래?"

"좋아. 음... 햄, 쏘시지, 햄버그, 치즈, 감자튀김, 치즈스틱, 푸딩, 아이스크림..."

이건 정말. 버럭 씨 가족들이 먹는 한식 위주 식단에는 끼어들 게 햄, 쏘시지 정도다. 하루 한번 씩 패스트푸드점을 데려가야 할 판이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생각보다 많은 음식을 대는 진구가 대견스럴 정도로 버럭 씨 부부의 평소 걱정이 컸다.

형 득구도 어릴 때부터 잘 먹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득구가 7살 때 지금 사는 창원 동읍 시골아파트로 오고 나서는 달라졌다. 몇가진 이유가 될 만한 게 있었다. 우선, 당시 유치원을 마치고 피아노학원을 가고, 또 이모집에 가서 사촌들하고 뛰어노는 등 활동량이 그 전보다 많아졌다. 한번씩 이모집에 밥을 먹을 때는 사촌들하고 경쟁하듯 먹기 시작했다. 그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생활조건이었다.

진구는 만 네살이 채 안된 상태에서 이곳 18층 아파트로 이사왔다. 그 전에 태어나고 살았던 창원 구암동의 21층 아파트나 이곳이나 아이에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매일같이 이모집으로 옮겨졌다가 저녁에 집으로 왔고, 다섯살 때부터는 어린이집을 다녔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모집에서 사촌들과 어울렸던 건 마찬가지다. 진구의 식성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먹는 양도 차이가 생기긴 했지만, 득구와 같은 활발한 식성을 갖고있지 못하다.

 

득구나 진구나 어릴 때부터 워낙 말을 많이 해서 이웃 어른들 배꼽을 잡게 했다.

그것도 조금은 달라서 득구는 "너 정말 똑똑하구나"하는 소릴 들었다면, 진구는 "뭐 이런 애가 다 있어"하는 반응들이었다. "아줌만 어디 사세요? 지금 어디 가세요?" 뭐, 이런 걸 서너살 때부터 아파트 승강기에 물어봤다.

조립할 장난감을 대할 땐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끝없이 대상물에게 집중하는 득구는 이웃 어른들에겐 수줍음이 많았다. 버럭 씨는 그래서 "얘가 사람보다는 사물에 더 관심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진구는 또래든 어른들이든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봤다.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찾았던 나이가 득구보다 빨랐다. 같은 아파트 15층에 살던 정후는 진구가 7살 때 사겼던 첫 친구였다. 버럭 씨 기억에 득구는 친구라는 말을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 했다. 19층엔 우진이가 있었다. 같은 유치원이기 했던 이 아이들은 가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오고 했다. 득구 땐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버럭 씨 가족들은 갑자기 진구 친구가 집에 오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나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은 진구가 더 일찍 표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진구가 사물에 대해서도 강렬한 호기심을 비쳤던 적이 있다.

이웃 용잠리에 전국 두번째로 생겼던 땅콩집 때문이었다. 땅콩집은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비싼 땅값과 건축비 부담을 덜기 위해 두 가구가 어울려 경비를 부담하는 1주택 2가구 개념의 단독주택이다. 이게 아파트 코앞에 생겼다.

건축하고 나면 못들어갈테니 건축과정에서 아이들을 몇번 데리고 갔다.

그런데 진구의 호기심이 맹렬했다. 두번 세번 간 이유가 진구의 재촉때문이었다.  

집안에 있는 계단을 정말 좋아했다. 뛰어서, 또 기어서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그리고 3층에 있던 다락방도 그렇게 좋아했다. 낮은 천정에 좁은 공간, 앙증맞은 디자인에 완전히 반했다. 공사하는 분들이 눈치를 줘서 억지로 끌고 내려오기 일쑤였다.

지금도 진구는 "계단 있는 집으로 이사가자"고 조른다. 그리고 "땅콩집 가자"고 재촉한다.

하지만, 이미 입주한 집을 어떻게 들어가? 겉에서만 몇바퀴 돌고 풀이 죽은 진구를 버럭 씨는 데리고 온다.

 

 

1년전 땅콩집 건축 때 실내계단을 정말 신기해했던 진구 모습이 이럴까? 

 

 

 

진구에 초점을 맞춰 아파트키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물론 득구의 성장도 쓸 것이다. 아파트키드 득구 출간 이후 득구의 변화는 4년이란 세월이 말하듯 크다.

그사이 아파트 주거율의 변화나 아파트 주거문화 연구가 어떻게 진척됐는지도 알아보고 싶다. 주거율은 더욱 늘었듯이 주거문화 연구정도도 진척이 있었으면 한다.

물론 제목처럼 진구의 현상과 분석, 대책, 아파트와 연관성이 중심이 될 것이다. 진구와 반응하는 득구, 버럭 씨 부부의 모습도 다른 한 축으로 구상한다. 특히 흥분 잘 하는 버럭 씨의 비이성이 어디까지 갈지 있는 그대로 쓰고 싶다.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아파트키드를 기르는 부모들의 가식없는 단면일 수도 있을 테니.  

 

 

 

'아파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0) 2013.01.11
아파트키드 진구 2  (0) 2012.07.23
다들 아파트에서 자라서 그래요  (0) 2011.12.04
진구 친구 재호  (0) 2011.11.06
7.13 준아, 아빠가 미쳤제  (0)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