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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산의 재개발과 부산의 도시재생(하)

마산 회원동 재개발 현장을 보기 전날,

부산진구와 동구 일대 도시재생 현장을 봤습니다.

옛 주거지를 살리고 원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죠.

이분과 함께 했습니다.

 

 

 

 

고교 동기인 부산 동의대 건축학과 신병윤 교수입니다.

도시재생이 크게 주거지구형, 상업지구형, 경제지구형으로 나뉘는데 주로 주거지구형 연구를 하는 전문가입니다.

...

신 교수가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다면서 안내한 곳이 있었습니다.

어떤 곳일까 궁금했고, 기대도 컸습니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습니다.

 

 

 

 

 

지은 지 50년도 더 된 벽돌 콘크리트 집이었습니다.

부산진구 범천동 염광로 326번 다길 27.

한때 한국 최대의 신발공장으로 1992년 문을 닫은 삼화고무가 근처에 있을 때, 이 집에 스무 가구 넘게 살았다는군요.

믿어지지 않죠?

 

 

 

때마침 이 집 근처에서 배수관거 공사를 하던 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지금도 두 집 정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오래 돼도 살만한 집은 건들지 않는다는 거죠.

 

 

 

 

그다음 간 곳이 근처 범천2동 마을지기사무소였습니다.

마을지기사무소란 마치 아파트관리사무소 역할을 한다는군요.

1990년대 마을살리기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여기엔 마을지기사무소와 함께 전망 끝내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신병윤 교수가 여기서 또 하나 회심의 카드를 안내하더군요.

 

 

 

 

그냥 산골짝 달동네 사진 아니냐구요?

그래도 여기가 부산 도심지 아닙니까.

달동네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신기하지 않냐 이거죠. 다른 곳 같았으면 동네 밀고 산 깎고 해서 벌써 재개발을 했을 건데.

자세히 보십시오.

신 교수 말대로 중소규모 아파트나 빌라 외에는 전부 단독주택들입니다.

이렇게 옛집들이 보존되면 거기 사는 원주민들도 남게 됩니다.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아파트 재개발과는 결과가 다른 거죠.

...

그 동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도시재생의 내용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옛 우물 살리기입니다.

 

 

 

 

 

옛날 범어골 화랑이가 내려와 물을 마시고 갔다는 동구 범일동 호천샘입니다.

80년 전에 판 옛 우물의 재탄생이죠.

 

 

 

 

그 옆에 옛 주거지 중 폐가를 일부 헐고 일부러 공간을 비운 것도 부산 동구청이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라는 군요.

앞날의 기능을 예비하는 일종의 여백이랄까요.

이렇게 기관 차원의 도시재생 정책이 본격화하면 어떤 집은 주민이 알아서 일종의 자발적인 재생사업을 한다는군요.

 

 

 

 

 

 

맥주캔, 음료수캔이 집 외벽을 빽빽이 메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동구 좌천동이었습니다.

옛 일신여학교 건물을 봤고, 안용복기념관도 들렀습니다.

안용복 선생은 부산 출신으로 1600년대 단신으로 일본을 찾아 독도가 조선땅이며, 따라서 주변 어업권은 조선에 있음을 사료로 설득한 민간 외교관이었다는군요.

 

 

 

 

 

안용복기념관의 역할이 도시재생사업에도 크더군요.

부산시와 동구청이 옛 건물을 사들여 기념관과 주차장을 만들고, 그 중앙으로 산동네 주민들 왕래를 돕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습니다.

그 엘리베이터는 이곳 산동네 전체에 3단계로 연결돼, 맨 위까지 오르니 부산진성터가 나오더군요.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도시재생이 옛 동네를 살리고, 원주민들 주거권을 살리고 있었습니다!

 

2018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