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

그는 왜 지역으로 돌아왔을까요?

그는 왜 지역으로 돌아왔을까요?

 

지역으로 돌아온 유일한 대통령.

그는 왜 지역으로 돌아왔을까요?

오늘따라 유난히 그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김해 진영 봉하마을 입구 본산공단에 차를 세웠습니다.

1.2를 걸으며 그의 생각을 상상했습니다.

20분 정도 걸어서 마을 입구에 닿았습니다.

 

 

 

 

노란 바람개비, 멀리 사자바위, 그리고 그 왼쪽 부엉이바위.

20082,

그가 돌아왔을 때도 여기쯤 입구에서 마을을 바라봤을 테죠.

봉화산, 양쪽 큰 바위를 바라봤을 테고요.

 

 

 

 

어느새 이렇게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테죠.

누구는 그렇게 말했지요.

바람이 불면오신 줄 알겠다.

아쉽게도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노란 바람개비가 움직이지 않네요.

하지만 그가 온 것 같네요.

 

 

 

 

 

묘소 입구 수반에 빗물이 떨어지지 시작했거든요.

 

 

 

 

 

헌화대에는 하얀 국화가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헌화하고 돌아서긴 아쉽죠.

 

 

 

 

묘소에서 그의 생각을 읽게 됩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그의 지론이 압축된 문장입니다.

그의 귀향 역시 이 맥락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요?

 

 

 

 

묘소 옆 기록관 입구에서 그가 지역으로 온 뜻을 조금씩 엿볼 수 있습니다.

억압받던 사람이 자유를 누리게 되는 사회, 점차점차 그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확산돼 나가는 사회의 변화를 저는 진보라고 생각하거든요.”

200889일 당시 봉하마을을 찾았던 방문객들에게 그가 한 인사말입니다.

그가 귀향한 뜻의 일단으로도 읽히지 않습니까?

 

 

 

 

그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조금 더 직설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농사짓고, 화포천 정리하고, 숲 가꾸고, 손녀 메달아 자전거 타면서 지내는데 왜 이리들 좋아할까? 나를 보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전염되는 것이 어디 감기뿐이랴. 행복도 전염된다.”

그렇군요.

그의 뜻은 거창한 게 아니었군요.

농사짓고, 주변 환경정리하고, 손녀와 놀고.

 

그의 생각은 2006, 대통령 재임 때부터 드러났더군요.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우리 세대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다시 복원시켜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도 그런 일을 대통령 마치고 하고 싶습니다. 마을의 숲과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함께 사는 촌락공동체 같은 것을 새로운 형태로 복원시키고, 자연 속에서 정서를 갖고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전 그가 썼던 밀짚모자와 작업복 바깥 유리에도 그의 뜻이 피력됐습니다.

도회지 사람과 농촌 사람이 여기서 뭔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렇듯 그는 지역이란 말을 직접 쓰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을, 농촌, 공동체, 생태계 같은 말에서 그의 뜻을 읽을 수 있습니다.

 

 

 

 

끝내 그가 마무리하지 못한 자서전 <운명이다>귀향편에서 더 구체적인 뜻을 읽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하는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너무 집중되어 비좁으니까 지방으로 가자는 것인데, 앞장서서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서울이 좋다고 눌러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지방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나도 갑니다!’ 떳떳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뜻은 현실에서 펼쳐지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그 이유로.

 

 

 

....

 

2018.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