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

2013년 9월 마산만 매립현장

9월 13일 오전 11시 가포동 창원기상대 앞.

개장을 앞둔 가포신항과 배후부지 조성 전경이 펼쳐졌다. 신항에는 빨간색 대형 크레인 둘이 설치

됐다. 배후부지 조성 현장에는 덤프트럭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되돌릴 수 없는 매립의 완결점이

다.



컨테이너부두에서 일반부두로 전환된 가포신항


가포신항... 마산만 매립문제의 출발점이다. 신항을 열기 위해 결국 마산만 매립을 결정했다. 신항

에 더 큰 배가 들어오게 하려면 마산만 입구 수심을 더 깊게 해야 하고, 그렇게 파낸 준설토를 처리

하려면 투기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마산만 일부를 투기장으로 만들어 매립할 수밖에 없다는 논

리였다. 그 논리가 10년이 지나 현실이 됐고, 지금은 가포만이 이미 매립돼 신항과 배후부지가 됐

다. 마산만 매립도 시작됐다.


기존에 마산항이 1부두부터 5부두까지, 게다가 서항부두까지 있는데 신항은 왜 필요하냐? 

2000년부터 이를 추진한 정부와 옛 마산시는 2012년이 되면 마산항을 이용할 컨테이너 물동량이

15만6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하나)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 현

재 마산항에는 없는 컨테이너부두가 필요하다고 했고, 결국 밀어붙였다. 하지만, 2011년 실제 마산

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예상치의 10분의 1도 안되는 7892TEU였다. 코앞에 부산신항이 있는데 시간

들여 돈들여 구석진 마산항까지 왜 들어오냐며 선박업계는 콧방귀를 꼈다. 매립할 것 다하고, 지금

은 마산만까지 매립하면서 가포신항 만들어놓은 정부는 이제 와서는 컨테이너 부두를 기존 마산항

과 다를 바 없는 일반부두로 전환시켰다.

애초 목적과 가치는 사라졌다. 이미 벌여놓은 일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논리만 남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괴물이 저기 저렇게 들어섰다.



옛 가포바다 매립은 이제 완결점에 왔다.


11시 30분쯤 가포뒷산 고개를 돌아 마인버스 차고지 안으로 들어섰다. 마산만 매립을 위한 호안공

사 윤곽이 드러났다. 옛 서항부두 앞부터 1부두 2부두 지나 신포동 중앙부두 앞까지 인접하는 63만

평방미터(19만평) 매립지의 겉 테두리를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면적을 실감할 수 없

다. 멀고 고도가 낮아 평평한 옆모습만 볼 수 있다. 물에 말아버린 밥 같다. 물도 밥도 제 위치로 돌

려놓을 수 없다.



MBC가포송신소 옆 마인버스 차고지에서 바라본 마산만 매립호안. 왼쪽 끝이 서항, 오른쪽 끝이 신

포아이파크 앞이다.


가포뒷산 포장로를 다시 걸어 만포집 옆 골목으로 내려갔다. 문제의 옛 한국철강 터가 나타났다.

지금은 토양오염 문제로 신구 소유주 간에 정화책임 공방이 진행중이다. 넓디 넓은 빈터를 보고 있

으니 예전 도시가용부지 확보를 마산만 매립 근거의 하나로 내세웠던 황철곤 전 마산시장 생각이

났다. 비록 주인 있는 땅이지만, 이렇게 넓은 땅이 놀고 있는 형편인데 왜 코앞에 바다를 굳이 매립

하려 했을까. 다 꿍꿍이 속이 따로 있어서 하는 짓이지. 동네와 한철 터 사이에는 도랑이 하나 있다.

그 도랑에 흐르는 시커먼 물을 보니 한철터 토양오염 생각이 났다. 오염된 땅의 침출수가 도랑을

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셈이다. 



                 옛 한철 터와 가포뒷산 동네 사이 도랑. 일종의 오염토양 유출수다.


12시쯤 옛 서항부두 앞 바다와 만났다. 돝섬과 마산만 매립지 호안이 여기서는 비슷한 거리로 보인

다. 낚시를 하는 이들에게 뭘 주로 잡는지, 매립 전후의 차이는 어떤지 물었다. "잡어지예. 꼬시락

에 노래미새끼, 꽁치 가지메기까지..." "전에보다 고기가 마이 안잡히네예. 매립 때문인지. 물은 그

전보다 더 맑아요." 냄새나 공기는 어떨까. "잘 모르겠어요. 큰 차이 없는 것 같은데..."

한 300m를 돌아서 잠깐 문을 열어놓은 옛 마산항 서항부두 안으로 들어갔다. 호안이 성큼 다가왔

다. 5~6m 높이의 석벽이 거기 있다. 벽... 그 뒤의 바다와 돝섬이 벽의 높이만큼 보이지 않았다. 점

심을 먹으러 잠깐 뭍으로 나온 호안공사장 인부들이 배를 타고 다시 공사장으로 향했다. 배가 항구

와 공사장 사이 '회랑'처럼 생긴 바닷길을 건너 갔다. 2013년 9월 마산만의 풍경이다. 출입을 통제

하는 관리인이 뛰어왔다. 부두를 나가면서 매립공사 전후의 차이를 다시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옛 서항부두 안에서 바라본 호안. 5~6m 높이의 석벽이다. 항과 호안 사이로 배가 다닌다. 


부두 밖으로 나와 한 200m를 걸었더니 '태풍 매미 피해자 위령비'가 나왔다. 2003년 피해 당시 사망

자 18명의 이름이 새긴 추모비가 있다. 그들이 사망한 곳은 하나같이 지난 100여년 가까이 진행된

마산만 매립지다. 환경단체는 그 점을 들어 더 이상의 매립은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옛 마산

시는 오히려 매립을 해 방재수로를 만들고 방재언덕을 만들자고 했다. 결정권을 가진 그들 입장이

지금 실현되고 있다. 방금 봤던 그 회랑이 방재수로 역할을 하게 된다. 마산어시장 일대 등 구항 앞

바다에는 매립을 통한 방재언덕 조성공사가 곧 시작된다.     



태풍피해의 원인이 됐던 마산만 매립. 정부와 옛 마산시는 방재를 위해 다시 매립을 하겠다고 했

고, 이를 실현했다.


위령비 안쪽 바닷가에 옛 마산항 제1부두가 있다. 지금은 수변공원이 됐고, 국화축제장으로 쓰인

다. 서항부두 쪽에서 보이지 않던 섬형 매립지의 반대쪽 호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지점에 이르

러서야 호안의 넓이를 조금씩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서항 반대쪽 호안의 끝을 볼 수 없

다. 조금 더 걸어 마산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야 그 끝 테두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치게 넓어 보인

다. 이건 조감도로 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여객선터미널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GPS장치로 공사를 하는데 면적이 다르겠어요? 그림 보는 것과는 다르죠. 19만평이니까 이만저만

하겠어요?" 그의 생각은 어떨까? "국가에서 하는 거라지만, 환경도 경제성도 안 맞죠 뭐. 마산 앞바

다나 돝섬 다 가리잖아요. 신항 때문에 매립한다지만, 신항도 매립지도 둘 다 잘 될 거라고 보는 사

람들 별로 없어요."

그리고 그는 바지선을 가리켰다. 예인선이 이끄는 바지선 안에 매립재와 포크레인, 덤프트럭, 노동

자들이 보였다. 지금 마산만 바다를 메우는 주역들이다. 시계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켰다.



마산만 매립 바지선. 배에 탄 매립의 주역들은 그간의 사정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