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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관리비 얼마나 아시죠?

7년째 살고 있는 지금 이 아파트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지?

라인대표는 누구지? 주민자치위는 어떻게 돼 있지? 얼마 전 도시가스 배관공사는 돈이 얼마나 든 거지?

이런 것까지는 그냥 몰라도 된다고 치자. 한 달에 15만원 안팎이 나가는 관리비 명목들은 어떻게 되는지, 또 아파트 전체의 관리비 수입 지출 내역은 대충 어떻게 되는지 나는 모른다. 도통 관심이 없었다. 아파트에 사는 기본이 안 돼 있었던 셈이다.

이런 내 자세에 경종이 됐던 기획기사가 있었다. 

조선일보가 지난 5월 보도했던 '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 14회 기획이었다.


'경기도 광명시의 H아파트 주민들은 12년간 아파트 관리소장을 했던 강모(50)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회계 감사를 해보니 강씨의 비리가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로 기사는 시작된다. 

'2006년부터 5년간 33억원어치 하자 보수공사가 불법적인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승강기 유지 보수비 1억9000만원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1억7000만원에 한 페인트칠 공사를 3배도 넘는 5억3000만원을 들여서 했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1억원 넘는 돈을 제대로 된 영수증도 없이 쓴 사실도 적발됐다. 주민들은 관리소장의 12년 장기집권 뒤엔 '직업 동대표'들의 지원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는 863만호. 아파트 1000만호, 거주자 3000만명 시대가 코앞이다. ...관리업체 직원이 관리비를 횡령하고, 각종 보수공사 때는 업체와 주민대표 간에 뒷돈 거래가 이뤄진다. 공사비의 10%는 뒷돈이라는 공식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지속적인 당국의 단속과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적 감시를 그 대책으로 제시했다.'


인근 ㅅ아파트 이장으로 주민대표 격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ㄱ씨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우선 주민들이 관리비 영수증을 제대로 봐야 돼요. 명목이 뭔지, 액수는 상식적인지 꼼꼼하게 봐야죠. 지금까지 전체 관리비 수입 지출 내역도 매달 영수증 상에 보고가 돼야 해요. 제가 이장을 맡기 전까지는 그것조차도 안 됐다니까요."

그게 관리비 쓰임을 아는 기본이고, 출발이지 싶다.


관리비 부당지출 첫 사례로 제시된 게 배관 스테인리스관 교체공사였다.

'3000가구 가까운 대전 K아파트는 2011년 낡은 배관을 스테인리스관으로 교체했다. 업체가 당초 제시한 공사비 견적은 44억원. 재입찰 결과 13억5000만원의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공사를 맡았다. 최초 설계 업체가 제시한 공사비 견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부풀려진 바가지 공사비는 주민들의 무지를 노린다. 주민 대부분이 보수공사에 문외한이다보니 공사비 결정에는 업체들과 결탁한 일부 동대표나 위탁관리 업체, 관리소장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다시 1500가구 규모의 광명시 H아파트. 

'지난 2011년 감사에선 2006년부터 5년 반 동안 실시된 아파트공사 77건 중 50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이는 주택법 시행령이 200만원 이상 공사는 입찰 최저가를 써낸 업체에게 맡기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불법이다. 이처럼 수의계약으로 집행한 공사비는 모두 33억4471만원.그중 2009년 외벽도장공사비는 5억2800만원이었지만, 인근 비슷한 규모 아파트의 같은 공사비는 1억7000만원이었다. 2010년 아스콘 포장공사는 K건설이 4억7124만원에 경쟁입찰로 따갔지만, 실제론 1억3000만원 이상 낮게 써낸 업체가 있었다.'

'공사비가 증발한 경우도 많았다. 아파트 회계장부에는 승강기 유지 보수 비용으로 2007~2008년 2년간 2억5000만원을 업체에 지급했다고 했지만, 실제 업체가 집행한 비용은 6000만원에 불과했다. 재활용품 매각계약도 이상했다. 회계장부 상엔 2009년 7월부터 2년간 재활용품 매각수입이 480만원으로 돼 있었다. 2년간 같은 액수로 특정 업체와 미리 계약을 한 것인데, 이를 새로운 업체와 다시 2년간 계약한 결과는 25배인 1억2000만원이었다.'

'관리비 지출 명목 중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직접 손으로 쓴 영수증만 첨부되거나 그나마 없는 지출액도 있었다. 무릅부상 위로금, 체력단련 식대, 직원 포상금 같은 경우였다.'


지하주차장 조명교체공사. 업체로부터 총 5억원에 공사를 주면 10%인 5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들은 입주자대표회장이 경쟁입찰을 붙인 결과, 낙찰액은 1억3500만원이었다.아파트 방수 도장 공사 역시 비슷한 식의 거래 제안이 있었다. 보수공사 외에도 아파트 화재보험 가입을 대가로 보험가입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아파트 알뜰시장에서 물건을 팔게 해주는 대가로 부녀회 관계자 등이 입점비나 각종 행사스폰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관행처럼 돼 있다.

결국, 아파트 단지에 횡행하는 뒷돈 거래는 주민들에게 관리비 부담으로 전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