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해양신도시 기록
'마산 해양신도시' 하면 창원 사람들은 대충 알아듣죠.
한 10년 가까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으니까요. 지금은 사라진 마산시에서 6대비전으로 내세웠고, 통합 창원시에서도 해양신도시 사업을 버리지 못하고 구시렁거리니까요.
어째 쫌 삐딱하다 싶으시죠.
예, 맞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대할 때마다 제 속이 편칠 않습니다.
툭 터놓고 '해양신도시 계획 완전 백지화' 결정만큼 제가 기대하는 다른 답은 없습니다.
저의 그런 생각을 표현했던 칼럼을 옮겨놓겠습니다. 제 기자 생애 첫 칼럼이기도 합니다.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마산 해양신도시 말이다. 본말전도!
본래 몸통과 머리는 사라지고 꼬리만 살아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꼴이 됐다.
마산항 신항 조성 목적이었던 3만t급 컨테이너 선박 유치는 인근 부산신항으로 인해 지금은 가물가물해졌다. 마산항을 이용해온 선사마저 부산신항으로 옮기려는 판이다.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새 부두를 만들려던 본래 목적이 사라진 셈이다.
신항을 만들려면 마산만 입구 항로를 깊이 파야 한다며, 파낸 준설토로 마산만을 매립해 신도시로 개발하자던 마산시의 요구도 지금은 흘러간 옛 노래다. 이젠 마산에 땅 모자란다는 사람 없고, 되레 창동·월영동 등 원도심 죽인다면서 매립지에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짓지 말라고 요구하는 시대다.
하지만, 가포 바다는 이미 매립됐고, 신항조성 공정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되물릴 수 없는 처지다. 머리와 몸통이 없는 놈이 꼬리만 살아남아 요동을 친다.
침체한 마산 발전의 계기로 기대했던 해양신도시가 그래서 이제는 천덕꾸러기다.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꼬리를 확 잘라 버리자"고 나는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집행된 정책에 대해 정부든, 지자체이든 집행자로서 책임이 있는데 그게 그리 쉬울까.
이 문제는 계획이 입안됐던 1990년대부터 확정되고, 민간사업자가 선정됐던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마산만 매립 여부 논란으로 점철돼 왔다. 매립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허정도 건축사는 이런 푸념까지 했다.
"매립 반대한 지 20년 다 돼 간다. 40대 때부터 이러고 다녔다. 그런데, 해양신도시 결정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그들은 결정하고 떠났지만, 시민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취재기자인 나도 해양신도시 관련 기사를 참 많이도 썼다. 24일 자로 끝난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기획을 포함해 기획만 4~5개에, 지금까지 기사가 100건 가까이 된다.
발생한 일이 많아서 기삿거리가 넘쳐났던 걸까? 그런 측면도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서 썼던 것 같다. 수치나 통계, 전문용어가 많아 그다지 인기 있는 기사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냥, 바다가 좋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잔잔한 마산만 바다가 좋았다. 때로 해일로 넘쳐 사람들 목숨을 빼앗았고, 한때는 '똥물' 욕도 들었지만 그 바다가 그냥 좋았다. 그래서 남은 마산만이라도 온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작가 한창훈은 책 제목대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고 했다.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서문에 나는 마음을 들킨 듯 쑥스러웠다.
그런 이가 많지 않을까? 굳이 〈가고파를 언급하지 않아도 마산만을 보면 왠지 푸근해지는 시민들이 많지 않을까?
양자가 예정된 대로 11월 개발협약을 해버리면 논란을 논란으로 남긴 채 문제는 끝이 난다. 어렵겠지만, 그래서 결정권자인 창원시와 국토해양부에 제안한다. 단 6개월이라도 결정을 미루자. 가포신항 공사를 끝내고 내년 말 개장을 미루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마산만 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설토 투기장인 매립지 위치를 다시 검토하자.-
속내를 드러내고 나니 시원합니다.
그래선지 좀 더 자세하게 마산 해양신도시 역사를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쑥스럽지만, 제가 썼던 기사를 정리하는 식이죠. 이 문제를 좀 더 알기쉽게 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기사를 들춰봅니다.
제가 썼던 마산만 해양신도시 기사 중에서 인터넷 경남도민일보에서 검색되는 첫 기사는 2003년 4월 16일 자 '마산항 매립 곧 확정 신항개발 본격화될듯'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그때는 '해양신도시'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네요.
마산서항 일대 매립을 포함한 마산신항만 개발계획이 이달 중 열릴 예정인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정책심의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여 서항매립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심호진 신임청장은 15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난 3월로 예정됐던 해양수산정책심의회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연됐다”며 “이달 중에는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해양수산정책심의회(이하 정책심의회)의 개최는 마산신항만 개발주체 등 사실상 개발계획의 확정과 연결된다.
정책심의회는 해양수산부 차관의 주재로 차관보·기획관리실장·항만국장 등 해수부 내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정책심의 기구로, 중장기 정책방향 및 추진전략 수립 등 해양부 내 최종 정책결정기구에 해당된다.
정책심의회에서는 가포 율구만 14만평과 마산서항 앞 42만평 등의 매립을 포함한 마산신항만 개발주체를 확정하고, 가포에 5선석 규모로 새로 만들어질 부두 진입로 조성공사의 시행방법을 결정하는 등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해양부가 의뢰했던 ‘마산항 개발 민간투자사업 관련 서항·가포지구 개발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산서항 매립에 적극적인 마산시가 개발주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계획이 확정될 경우 신항만 개발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마산시가 개발주체가 될 경우 중장기 지역발전계획과의 조화나 적정 수준의 도시기반시설 설치, 신속한 인허가 절차 등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서는 마산신항만 개발이 마산항과 신마산의 부도심의 활성화와 연계되는 등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산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정책심의회가 한달 이상 지연된 것은 해양부 내 국장급 인사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라며 “실무과장으로 공석 중인 민자계획과장이 임명되는 대로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책심의회 확정 후에는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해양부 장관이 계획을 최종 확정, 이후 사업시행자 선정과 실시계획 등의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서항 매립은 해양환경 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환경단체 등이 반대한 사항이어서 이번 정책심의회에서 매립 쪽으로 결론 날 경우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7년전? 8년전인가요? 간격이 느껴지네요. 해양수산부-지금은 국토해양부죠-나 몇평, 또 몇평 하는 표현에서요. 어쨌든 1990년대말 거론되기 시작했던 마산신항 개발과 서항일대 매립 결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 들지요. 여기선 환경단체라고 어름하게 표현됐지만, 다음 기사에서는 당시 환경단체의 명칭과 논리가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2003년 6월 2일 자 기사입니다. 제목은 “무분별 매립 100년간 지속…마산만 없어진다?”. 그 해 5월 30일 경남대에서 열린 마산만 관리 방안 워크숍을 취재한 겁니다.
지난 30일 경남대에서 열린 ‘마산만 관리와 보전전망 도출을 위한 워크숍’에서 발표자로 나선 허정도 건축사는 마산만 관리를 위해 몇 가지 설득력 있는 자료사진을 제시했다.
우선 1899년 개항 당시 마산만을 나타내는 지도와 현재 해양수산부가 계획중인 서항 및 가포 일대의 매립이 완료된 2011년의 가상도는 근·현대 마산의 수면적 변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1899년의 해안선을 지금의 마산시 동서동 문화문고와 옛 극동예식장 등의 건물선이라고 밝힌 허 건축사는 이후 일제가 매립을 주도하며 해안선을 지금의 어시장과 오동교·봉암동 창신대 앞까지 밀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의 매립이 전적으로 상업적 목적에 치우쳐 있었으며, 이는 당시 호안이 철저한 콘크리트형으로 자연적인 해안선을 무시한 사실에서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허정도 건축사는 그러나 일제 때의 매립면적은 32만평으로 해방이후부터 2003년까지 매립된 160만평에 비하면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해양수산부가 계획하고 있는 매립면적은 60만평이라고 덧붙였다.
허 건축사는 60년대 이후 재개된 마산만 매립이 일제 때의 매립방식과 목적과 큰 차이가 없으며, 이는 2003년까지 진행된 160만평의 매립사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근거로 제시된 것이 현재의 서항부두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앞,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매립한 제2부두와 수협공판장 인근 횟집촌 도로, 산호동 무학맨션 앞 해안도로 등지의 사진이었다.
그는 이들 수변공간이 하나같이 도로나 대형건물·철조망 등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고, 해안·휴식계단·산책로·녹지·도로·건물 등의 순으로 배치되는 선진국 수변공간 설계와 정반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허정도 건축사는 이후 친수공간을 서항이나 가포 일대 등 매립예정지 활용의 우선으로 삼겠다는 해양수산부나 시의 주장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그 근거로는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매립한 신포동 제2부두 매립지를 제시했다. 이곳 역시 해안 바로 옆에 도로를 지어놓고, 약간의 녹지와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주거단지를 계획해 시민들의 바다 접근을 아예 막고 있다는 것이다.
아하, 기사속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허정도 건축사가 속한 단체는 도시연대였습니다. 당시 마창환경운동연합이나 마산YMCA 같은 단체가 속했죠. 허정도 건축사나 도시연대가 당시 내세웠던 주장은 "더이상의 매립 반대"였습니다. 위에서 언급됐듯, 그간의 매립이 대부분 상업목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사람과 해안을 차단시켜온 과정이었다는 거죠.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저는 첫번째 마산만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마산은 바다로, 바다로'라는 제목이었고, 8월 8일 자에 마산만 해안 문제를 다룬 '(하)시민의 바다' 편이 실렸습니다.
마산만의 해안은 시민들의 것이 아니다.
마산시 해운동 한국철강 앞 서항 부두에서부터 바다건너 두산중공업의 적현 전용부두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휴식처인 ‘수변공원’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원은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바다의 전경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친수공간’도 동서동 수협위판장 옆 방파제가 고작이다. 그러나 방파제도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지어진 것은 아니다.
마산만에 접한 해안의 주인이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은 서항에서 두산중공업 옆 창원시 귀산동에 이르기까지 해안을 차지하고 있는 시설물들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마산만을 따라 달리면
우선 해운동의 서항에서 도심지 방향으로 대형 목재운반장과 장금상선의 시모노세키항로 관련 시설, 유원산업과 마산여객선터미널 등이 이어진다.
서항 일부를 제외하고는 휴식 목적으로 시민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바로 곁에는 마산세관과 마산지방해양수산청 등 행정기관마저 시민과 바다를 차단한다.
또 쌍용양회나 대한통운 등의 기업이 바다 전경을 차지하고 있고, 대한통운 앞 예전의 중앙부두변의 조그만 틈에 시민 몇몇이 낚시를 한다.
그들만 알고 있는 이 장소의 낚시 광경을 보고 있으면, 친수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장소도 몇 년 전까지는 지금보다 넓었다. 그러나 4만5000평의 신포동 제2부두 매립공사가 시작됐고, 지난 4월 완공된 매립지의 해안은 어른 키 두 배가 넘는 철책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 매립지의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차단시켰다지만, 바다를 가로막는 철책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철저히 차단됐던 바다는 신포동 부두와 방파제, 동서동 수협위판장 구간에 이르러 시민들에게 다가온다. 여름철에 이 곳은 장어난장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 일대를 찾은 지난 6일 밤 장어난장은 예전 방파제 일대에서 매립지 배후도로까지 1㎞ 구간으로 확대됐다. 매년 도로를 점유하는 난장으로 단속이 필요하다는 눈총이 있고, 앉은자리 바로 옆으로 차가 지나가는 번잡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곳을 시민들이 찾는 이유는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곳도 엄연히 부두에다 방파제라는 고유의 용도가 있다.
수협위판장에 이어 각종 수산물 냉동·저장시설물은 다시 시민과 바다를 가른다. 이후에는 자유무역지역 주변 도로와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된 마산항 제3부두,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가 예전의 봉암해변을 철저히 점유하고 있다.
이어지는 봉암해안로는 그나마 차량 운전자들에게 시원한 전경을 제공하지만 잠깐이다. 맞은 편 창원시 적현동·귀산동의 해안은 제4부두와 제5부두, 두산중공업과 한라건설 등 기업들이 병풍을 쳤다. 곳곳의 틈새를 빼면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친수공간 확보에 철저한 무관심
지난 5월 30일 ‘마산만 관리 워크숍’에서 허정도 건축사는 마산만의 수변공간이 하나같이 도로나 대형건물·철조망 등의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과 함께 그가 제시한 유럽·미국·일본의 해안 친수공간 배치 사진은 마산만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자료였다.
이들 지역의 수변공간은 공통적으로 해안~휴식계단~산책로~녹지~도로~건물의 순서로 배치됐다. 마산만 수변공간의 배치는 이와 정반대다. 우선 기업이나 기관 등의 건물이 해안에 들어서고, 그 다음에 도로를 놓고는 아파트 등의 주거시설이 자리를 잡는다. 휴식계단이나 산책로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워크숍 당시 허정도 건축사는 서항 일대 42만평을 매립하려는 마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친수 공간’을 거론하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마산만을 매립하기 시작했던 이들 기관이 현재의 마산만 해안의 지도를 그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완공된 신포동 제2부두 매립지 조차 부두-도로-주거시설 등으로 친수 공간을 배치하지 않은 사실도 근거가 됐다. 결국 서항 앞바다를 매립하기 위한 시민설득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권자 앞에서 반대 논리는 미약하게 들렸죠. 곧 매립결정이 날 판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산만 매립계획은 2003년 9월 중대고비를 맞게 됩니다. 9월 12일 밤 마산만 해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태풍 매미 때문이었죠. 이를 계기로 반대 단체는 마산만 매립 문제를 강도높게 제기했고, 저도 그 과정을 기사로 담았습니다. 9월 30일자 매미 무엇을 남겼나④매립지 지형이 피해 키웠다' 기사가 대표적이었죠.
매립지 지형이 태풍 매미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은 태풍 이후 매립지에 대한 재해예방대책을 가장 큰 과제로 남겼다.
마산시 월영동·해운동 등 80년대 이전 매립했던 서항 지역에는 건물지하의 침수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서동·신포동 등 옛 구항을 매립해 그만큼 어시장이 확대된 지역에도 광범위한 침수피해가 나타났다.
마산만 해안의 침수지역이 80·90년대 해안 매립선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태풍피해와 매립지형의 관련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태풍 통과 보름 후인 27일 새벽 동서동·신포동 어시장 일대는 다시 물에 잠겼다. 지금까지의 만조 최고조였던 2.15m에 비해 10cm나 높았던 이날 해수면 때문에 이 일대 배수관을 타고 역류한 것이다.
주민들은 만조 수위가 높을 때 발생했던 침수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완충지대 없이 상업지역·주거지역 등이 해안에 근접해 있는 매립지의 침수현실을 역력히 나타내는 예다.
매립지의 태풍 피해는 마산 지역에 그치지 않았다.
진해시의 이동·덕산동으로 이어지는 매립지에는 매립과 하천 복개로 인근 병암동 11통 지역이 저지대가 되는 바람에 이번 태풍으로 일대 185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남해군도 남해읍 평산과 남면 덕월매립지 등에 불어닥친 해일로 일부 조성돼 있는 농경지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매립지 지형의 문제
= 마산의 서항·구항 매립지는 지반 높이가 바로 옆 바다 밑에서 3m다.
붙어 있는 마산만의 평균 수심은 2m로, 간격이 1m밖에 되지 않는 점이 태풍 피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됐다.
이와 관련 마산시 동서동 방파제 부근에 자체 관측소를 가진 국립해양조사원은 태풍 통과 당시 마산만의 해수면이 최소한 4.52m를 기록한 것으로 측정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만조가 될 때 마산만의 약최고고조면(최소한의 파도높이)의 높이가 2.14m”라며 “여기에 태풍 당시 풍속과 심해파고, 기압상승고 등 요인에 따라 최소한 2.6m의 파고가 더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소한 4.7m 이상의 파고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매립한 지표면 자체가 낮아 매립지에 태풍피해가 집중됐다는 주장이 가장 강하게 제기됐다.
이와 함께 동서동·신포동 어시장 일대가 해안으로부터 불과 10m 안팎에 있으며, 해운동 두산아파트 등 주거지역에서 서항이나 제1부두까지 직선거리가 50m 안쪽으로 해안 완충지대가 없다는 점도 매립지 집중 피해의 원인으로 제시됐다.
◇급하게 내놓은 매립지 피해대책
= 마산시는 태풍 피해 이후 장·단기 종합 재난대비계획 발표에 앞서 매립지 대책에 관해 윤곽을 제시했다.
요점은 해안지역을 ‘방재지구’로 지정해 지구 내 건축물의 1층에는 상업시설·사무실·창고 등을 제외한 주거공간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또 매립지 침수지역 앞에 파도 높이를 줄여주는 테트라포드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더욱 관심을 끈 것은 현재 계획중인 42만평의 서항부두 앞 매립에 대해 기존 매립지보다 1.5~2m 가량 높은 5m의 지반고로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이다. 시는 선진도시의 매립 사례를 벤치마킹, 해안에 수변공원과 방풍림 등을 꾸밈으로써 주거·상업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이번 태풍피해가 마산만 매립지에 집중됐다는 점을 이유로 환경운동연합 등의 단체가 ‘더 이상의 매립계획을 재고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매립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매립지 논쟁에 불붙을 듯
= 매립지 피해로 촉발된 태풍피해와 지형 논쟁은 이같은 시의 매립강행 계획을 계기로 더욱 뜨거워졌다. 수면아래에 있던 매립 가부논쟁이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가장 먼저 거론한 마창환경운동연합은 중앙 조사단과 함께 1차조사를 한 결과 마산만의 경우 매립에 따른 수면적의 축소와 해안 완충공간의 부족, 해안선과 일직선으로 놓인 매립지 대형건물과 낮은 지표면 등을 들어 ‘매립과 태풍 피해가 관련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제시했다.
매립을 통한 마산만의 개발과정을 연구해온 허정도 건축사는 “재해의 정확한 원인과 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인으로 거론된 매립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성급한 태도”라며 “시가 제시하는 보완방안이 잘못된 것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내에서 매립지 문제가 지금처럼 부각된 적이 없었다. 매립지의 지형뿐만 아니라 매립의 역사와 매립공사의 문제점이 전에 없이 높은 강도로 거론되는데 태풍 피해의 값진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 매립지의 재해예방과 이후 매립의 지속 여부, 특히 마산의 경우 매립의 유일한 근거로 거론되는 항만의 경제성까지 논의하는 차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두 달 지나고 사람들이 태풍의 기억을 잊어가자 당시 해양수산부와 마산시는 마산신항개발, 마산만매립 움직임을 다시 본격화했죠. 그래서 저는 11월에 해양신도시 관련 두번째 기획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다른 각도가 필요하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자, 그럴러면 문제의 발단인 마산항 개발의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 등등의 생각에서 '마산항 개발 타당성 검토'라는 제목으로 4회 연재기획을 했습니다. 첫번째 기사는 12일자 '서항 매립의 의미'였죠.
신항만 개발과 서항·가포지구 매립 여부는 현재 마산시의 쟁점 중의 쟁점이다.
신항만 개발에 따라 가포의 신항만 배후지 12만평이 매립되고, 별도의 준설토 투기장 명목으로 서항 42만5000평과 가포 14만평 등 56만5000평의 공유수면이 뭍으로 바뀌는 이 계획이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산시는 장차 항만·물류도시라는 미래상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항만개발 및 서항매립 강행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시민·환경단체는 지난 태풍으로 매립지에 피해가 집중됐던 만큼 사업결정에 앞서 원인규명이 우선돼야 하고, 신항만 개발의 경제성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산의 미래를 좌우할 이 사업의 최정 결정을 앞두고 신항만 개발과 서항매립 사업의 진행·시민단체의 입장 등을 들어보는 기회시리즈를 마련한다.
마산시는 신항만 개발과 서항매립 사업의 연내 확정을 위해 현재 전방위의 행정력을 쏟고 있다. 시 건설사업소에는 지난달 해양수산부 최낙정 장관 재임당시 최 장관과 황철곤 시장 간에 체결될 예정이었던 서항·가포지구 매립사업 협약서 초안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항·가포지구 공유수면 매립권한을 마산시가 해양수산부로부터 이관받는다는 의미의 이 협약을 당시 태풍피해와 매립지와 관련성 논란 속에서도 시가 얼마나 서둘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6일 경남도 투자유치단의 서울방문 당시 힐튼호텔에서 김혁규 지사와 황철곤 시장·현대산업개발 이방주 대표이사가 서항·가포지구 매립사업 투자양해각서에 합의한 사실은 시의 자세를 더욱 명확하게 나타낸다. 협약체결 후 서항매립 민간사업자 공모를 약속해온 시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각오하며 특정사업자와 양해각서에 합의한 사실은 해양부와의 협약체결 요건을 구비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산시의회 건설상하수위 소속 의원들은 시의 제안으로 지난 10일 국내 평택항·속초항 견학에 나섰다. 평택항은 인천항의 보조항으로, 부산항의 보조항을 발전 모델로 삼는 마산항과 유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속초항 또한 어항개발에 따른 배후지의 매립으로 마산의 서항매립계획에 참고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일도 개발과 매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의 입장을 역력하게 나타낸다.
◇서항매립 협약체결의 의미 = 이처럼 행정력을 집중하는 마산시의 목적은 해수부와의 연내 서항·가포지구 매립사업 협약체결이다. 이 협약으로 시는 서항·가포지구 56만5000평의 공유수면 매립 면허권을 가지게 된다. 시가 매립지의 소유권을 가져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협약과 함께 해양부가 항만개발 민간사업자인 (주)마산항컨테이너터미널과 신항만개발 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두 가지의 연계된 개발계획은 ‘사업확정단계’라는 이점을 갖게 된다. 물론 서항매립 협약은 연계사업인 신항만 민자사업 실시협약이 해지되는 경우 재검토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협약체결 전 매립지 안전대책 검토 = 시의 협약체결 파트너인 해양부는 가능하면 연내 체결하겠지만, 체결 전에 매립지 안전대책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태풍피해와 매립지의 관련성이 거론되는 마당에 점검없이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시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는 정도로,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 해양부 민자계획과 권준영 계장은 “12월까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협약을 체결하겠다”며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이후 설계과정에서 각종의 영향성검토를 하면서 보완대책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신항만의 경제성 검토과정이 마산항컨테이너터미널과의 신항만 협약전에 없다는 것이다.
권 계장은 “이미 마산항 물동량 예상자료가 조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검토작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산항의 물동량 예상자료는 2000년 이후 마산 항의 실제 물동량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 기사는 14일자 '마산항의 경제성 검토'였습니다.
마산 신항만 개발을 위해서는 경제성 검토가 앞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항만 경제성 검토의 핵심은 마산항의 과거와 현재·미래의 물동량 조사라고 할 수 있다.
항만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연간 화물수송량과 선박 입·출항 실적, 화물 중에서도 컨테이너로 수송되는 정도를 시기별로 비교함으로써 객관적 잠재력을 점검하자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화물수송량 정도다. 해양수산부가 보다 세밀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양부는 마산항 개발계획 입안시기였던 1996년 마산항 광역기본계획에서 2001년 마산항의 총화물량을 1785만t으로, 2006년 화물량을 2102만t으로 예상했다.
계획을 세웠던 96년 당시 화물량을 1151만t으로 제시하고, 2001년과 2006년에는 각각 55%와 8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물량의 현격한 차이 = 그렇다면 2001년에 실제 나타난 화물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2001년 마산항의 화물량은 1160만t으로 예상 화물량에 620만t 이상 차이가 났다. 다음해인 2002년 화물량이 1170만t이었고, 올해 추산치가 1260만t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와 실제 실적의 간격은 더욱 현격해진다.
특히 96년 이후 연간 화물량의 변화 정도를 살펴보면 그 폭이 5년 혹은 10년 후에 50%대나 80%대로 크게 나타날 수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96년 1151만t이었던 화물량은 이후 매해 1200만t·966만t·1131만t·1041만t 등으로 변동하다 2001년 1160만t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증감을 반복한 것이다.
이 예상치는 2001년 12월에 전국의 항만을 대상으로 해양부가 만든 항만기본계획에서 다소 변화했지만 2006년 마산항 예상 화물량을 또다시 2029만t으로 제시, 예상치와 현실치의 차이를 역력하게 읽게 했다. 이같은 차이를 근거로 경남발전연구원은 2001년 발표한 마산항광역개발계획 타당성 재검토 자료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마산항에 대한 정부투자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항만 늘리면 물동량 증가한다 = 마산시는 이에 대해 협소한 마산항 규모로 인해 유치할 수 있는 화물을 얼마나 부산항에 뺏기고 있는지, 자료를 제시했다. 2001년 교통개발연구원이 만든 도내에서 부산항에 반출·입된 컨테이너 현황자료에는 한해동안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와 빈 컨테이너를 합해 91만6700TEU로 집계했다.
반면 같은 해 마산항에서 수출·입되거나, 환적된 컨테이너는 6만5016TEU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산항의 컨테이너 통계가 도내의 것으로 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폭은 더욱 늘 수 있다.
해양부도 물동량 예상치와 현실치의 차이에 대해 항만규모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물동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이성규 계장은 “물류는 시설이 먼저 확보돼야 증가하는데 마산항은 96년부터 항만규모가 늘지 않았다”며 “물동량 예상치와 현실치의 차이를 들어 항만건설을 반대하는 논리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제성 검토한 사례 있다 = 항만개발에 대한 긍·부정적 논리 속에서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경제성 검토의 근거는 부산·진해신항의 등장이다. 직선거리 20㎞ 이내의 부산·진해신항의 출현으로 마산항의 득실이 어떻게 나타날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긴박하게 나타나는 중국과 한국의 물류경쟁도 항만 경제성 검토의 추가요인이다. 특히 마산항 경제성검토의 사례는 지난 96년 마산항광역기본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해양부는 당시 전국의 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마산항만의 물동량 변화예상을 했다. 한편 항만규모를 늘려야 물동량이 증가한다는 시와 해수부의 개발논리는 최근에 규모를 확대한 국내의 다른 항만을 예로 들어, 항만확대에 따라 어떻게 물동량이 변화했는지 알아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기사는 19일자 '부산항의 피드항 전망'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마산시가 한 목소리를 내는 마산항의 미래가 부산항의 ‘피드항’이다.
피드항은 대항만의 환적항이나 보조항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이 표현에는 마산항이 부산항의 피드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내재돼 있다.
최근 마산시 정규섭 건설도시국장은 “시민들 사이에서 마산항 개발에 더 이상 발목을 잡으면 앞으로 부산항에서 마산으로 올 물동량이 삼천포나 울산항·광양항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부산항의 피드항 기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공사과 백건우 계장도 “3만t급 이상의 대규모 선박 위주로 부산·진해신항이 개발될 경우 피드항은 위치가 가까울수록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피드항으로서 마산항의 전망이 밝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시와 일치되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명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기대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부산 피드항 내줄 생각 없다
마산항의 피드 기능으로 조금 더 구체화된 개념은 2만t급 이하의 중·소형 선박을 부산항 대신 받아, 동남아시아의 범위까지 별도의 항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근 부산항과 광양항이 자체의 피드 기능을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의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시와 마산해양청은 부산항과 마산항의 피드항 분담이 앞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부산·진해신항이 개발될 경우 현재의 부산 북·남항 등 구항은 시 자체의 계획에 따라 매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제시했다.
이런 전망을 언급하자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김영곤 항무계장은 “현 부산항이 앞으로 매립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규모 선석 위주로 신항이 만들어지더라도 부산항 자체의 피드항 기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마산에서 기대하는 만큼 피드항 기능분담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송경종 항무계장의 입장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그는 “광양항 자체가 피드항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산항의 피드항 전망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부산이나 광양항의 피드기능만 바라보고, 별도의 특성화 전략을 살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다르다”는 의견을 밝혔다.
◇모두가 냉정한 입장이다
각 지역별 항만 관계자들의 냉정한 분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산·광양·인천항과 함께 국내 4대항으로 이미 국책사업 차원의 신항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항이나, 인천항의 보조항으로 대규모 항만확대사업을 추진중인 평택항 관계자들은 나름대로의 논리로 마산항 개발계획을 압박했다. 항만의 고유 기능이나 거리로 봤을 때 경쟁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았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우동욱 부두계장은 “항만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울산항의 물동량은 전년보다 줄었다”며 “액체화물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부산항에 대비되는 특성화 전략이 더 필요하고, 벌크나 컨테이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절실한 입장”이라는 등 울산항의 입장에서 마산항을 이야기했다.
최근 마산시와 시의회 관계자들이 항만개발 과정을 배우기 위해 방문한 평택항 개발 관계자도 냉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 항만물류과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에서 항만은 5곳 정도밖에 살아남지 않을 것”이라는 극언까지 했다. 그는 “지금 국제적 추세로 보면 앞으로 5년 뒤에 부산항도 피드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이어졌다.
국내 항만 관계자들의 모든 조언은 명확한 경제성 검토와 그에 걸맞은 규모의 항만개발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라는 의미로 귀결됐다.
하지만, 결국 해양수산부와 마산시는 2003년 마지막 날 마산만 매립 결정을 내리고 맙니다. 시민과 언론의 관심이 세밑 분위기에 잦아든 틈을 노렸던 걸까요? 기사 속에선 제가 좀 흥분했네요. '도둑고양이짓'이라고 했으니... 그 사실을 담은 기사가 2004년 1월 1일 저의 새해 첫 기사였고, 제목은 '서항 매립 ‘기습’ 체결 반발여론 분산 노렸나' 였습니다. 결국 그해는 내가 마산만 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썼던 해가 됐습니다.
마산시가 한해의 마지막 날에 논란의 여지가 큰 서항·가포지구 개발협약 체결사실을 발표했다.
지난 100년간의 매립역사를 통해 현재 400만평 안팎의 절반 크기로 줄어든 마산만을 다시 55만평 이상 매립하겠다는 이 계획의 비중에 비해 시민들의 여론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한해 마지막 날 발표한 해양수산부와 시의 입장은 너무나 가벼운 것으로 지적된다.
시 관계자는 전날인 30일 오후 4시께 해양수산부 장관이 협약서에 서명했고 밤중에 이를 전달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협약체결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번 발표시기는 실로 ‘도둑고양이’와 같은 자세에서 비롯된 일로 꼬집을 수 있다.
반대여론을 최소화하고 계획을 얼렁뚱땅 확정단계로 넘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의 내용과 의미는 오는 2~3월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마산항 개발계획에 따라 인근 서항·가포지구 55만4000평을 매립, 인근 한국철강 마산공장 뒤편 가포B지구 25만평과 함께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비록 항개발 계획이 확정돼야 협약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협약내용 자체가 마산의 지도를 바꾸어 놓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 계획의 근거는 현재 가포동 율구만 앞바다에 5선석 규모의 컨테이너 부두를 짓는다는 마산항 개발계획이 확정될 경우 대형 선박의 왕래를 위해 항로를 준설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1700만㎥의 준설토를 버릴 곳이 서항·가포지구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또 마산항 개발사업의 예산 4040억원 중 국비 1800억원 외에는 민간사업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수익규모 보장을 위해서라도 서항·가포 개발에 따른 부대이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가 따랐다.
그러나 두가지 근거는 해양수산부나 마산시의 자체 입장과 설명에 의해 설득력이 약화됐다.
해양수산부는 “서항·가포가 아니면 외해에 갖다버리라는 말이냐”라는 논리를 내세워 현재의 덕동만 등을 포함하는 투기장 대안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항만사업자는 항만개발 그 자체로 정부와의 협약으로 사업비를 보장받는다”며 “서항·가포지구 개발이익은 항만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마산시는 이전과 달리 서항·가포지구 개발의 근거로 “용지가 부족해 도시가 더 이상 뻗어갈 곳이 없다”는 점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이전에 내세운 근거가 공박을 당하자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계획의 확정 전에 지역사회의 공론을 도출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던 해양수산부와 마산시는 토론회라는 형식만 취했을 뿐 제시된 반대입장의 요지 중 결과적으로 어느 하나도 감안하지 않았다.
반대입장의 뼈대는 지난 9월 태풍 매미의 피해가 집중됐던 매립지와 해일피해의 연관관계가 규명되기 전에 더 이상의 추가매립은 불가하고 항만개발을 위해 서항·가포 개발계획이 있는 만큼 항만경제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4년. 특히 그해 9월 22일 썼던 '차라리 마산만을 다 메워라' 기사는 당시 해양수산부가 위촉했던 자문위원들이 해양신도시 계획의 모순점을 지적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속보 = 21일 해양수산부 연안정책 심의위원들의 마산 서항·가포지구 매립 현장조사에서는 만만치 않은 비판의견들이 제시돼, 곧 열릴 심의위원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했다.
이들이 심의할 대상은 해운동 서항 앞 바다 40만7000평과 가포동 율구만 12만9000평 등 53만7000평의 공유수면 매립여부로,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해양부 장관이 최종 결정한다.
이날 마산을 방문한 심의위원은 전체 20명중 공무원을 제외한 학계와 환경단체 관계자 등 7명의 민간인 위원들.
우선 사단법인 연안보전네트워크 김환용 이사는 매립계획이 당초 취지였던 마산항 항로준설토 투기장 용도보다, 주거지·상업지 등 민간개발 의도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매립 후 공공용지를 제외한 민간개발 용도가 서항의 경우 40%, 가포는 20%에 이른다”며 “아예 신도시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자체가 당초 준설토 투기장 용도를 무색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인하대학교 생명해양과학부 오재균 교수는 시가 서항 매립지 내에 방재언덕이나 샛강 등 방재대책을 겸한 시설계획을 하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 “방재를 위해 매립을 하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방재를 위해 매립을 하려 한다면 태풍이 올 때마다 조금씩 매립을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럴 바에야 차라리 마산만을 모두 매립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다른 위원은 시가 제시한 서항 앞바다 매립선형이 곡선형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점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인지 물었다. 시는 이에 대해 “같은 곡선형 중에서 볼록한 형과 오목한 형, 직선형 등 세 가지 안이 있었다”며 “볼록한 형이 유속에 가장 좋다는 분석이었다”고 답했다.
마산시는 이날 심의위원들에게 본래 항로 준설토 투기장으로 매립지가 설정됐다는 설명과 함께 마산만을 접한 도심지가 북쪽은 임야, 남쪽은 바다로 더 이상 가용지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상황실 설명에 이어 심의위원들은 해상과 육상에서 서항·가포지구를 관찰하는 것으로 현장조사 일정을 진행했다.
이날 매립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과 단체의 의견개진 기회가 기대됐으나, 주최측인 해양수산부가 이 일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마창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매립여부 현장조사에 시민배제 웬 말이냐” 등의 내용으로 시청 상황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