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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아니라면

이일균 2011. 7. 5. 23:14


기자가 아니라면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공연을 하면서 세상을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2008년 8월에 봤던 필라델피아 무용단이 그랬다. 그때 쓴 기사다.

'공연이 끝난 후라도 한동안 머릿속은 그들의 잔영을 떨치지 못한다.
1~2부 90분을 미친 듯 뛰고 비틀고 다리를 쳐들며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숨을 헐떡거리던 그들이 맨발로 튀어나올 것 같다.
지난달 31일 밤 7시 30분을 넘긴 시각,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의 산소를 다 빨아들이던 필라델피아 코레쉬 무용단 단원들이다.
공연 전 소개는 막연했다.
"화려한 무대와 함께 흥미롭고 감성적인 발레와 모던댄스, 재즈댄스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공연." "미국과 유럽 안무가 50여명의 레퍼토리를 조합한 혁신적이고 파워풀한 무대."
지나고 보면 그 소개는 어려웠다. "에너지를 드립니다" 하면 됐다.
빈곤한 일상으로 피로해진 군상들에게 한순간 넘치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무용의 원초적 기능에 이 작품은 철저했다.
남자 넷, 여자 다섯. 그들은 1부의 무대에서 마치 죽어버릴듯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현대인의 단절과 소외, 고독을 표현하려는 그들의 몸짓은 한순간 아크로바틱(곡예)이 되고, 또 다른 순간 공옥진이 되고 병신춤이 됐다.
인간이 태어나 세상에서 단 한 번도 취해보지 않을 동작들. 거침없는 그들은 극도로 신경을 긴장시켰다가 완전히 이완시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평생 쓸 일이 없다는 정강이 근육까지 팽창시키는 듯 했다.
300여 명의 관객들 중에서는 아마 작품을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대개 버릇처럼 그렇게 한다. 좌석에 '푸욱' 몸을 파묻지 않았던 사람들은 무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거나, 턱을 괴고 작품을 읽으려 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예술감독 로닌 코레쉬에게 물어봤다. "대만출신 무용수 팡주는 한국출신 임재훈에게 공연 중에 뭐라고 말한 건가?"
로닌 코레쉬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I don't know. It dosn't matter!"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본대로 느낀 대로 생각하라"는 말도 했다.
그의 미소는 별로였지만, 말이 멋있었다. 관객들이여, 앞으로 그래보자.
이번 공연으로 성산아트홀 김혜경 관장은 고무된 듯했다. 코레쉬보다 규모가 큰 유럽의 에센무용단을 내년 중에 초청하는데 자신감을 얻었다고도 했다.'


 

내가 그 단원 중의 한명이라면 OK다. 

2006년 언젠가 창원시 상남동 하림빌딩 9층에 있는 라이브바 ‘무조’(285-7758)를 찾았다.
한 달에 한두 번 전문 밴드가 공연만 하는 혼합된 형태의 공연 전문 클럽이었다. 이곳을 근거지로 하는 인디밴드 ‘블루피터’는 매일 공연을 했다.
출입문 가득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공연이 있었고, 블루피터와 ‘해령’의 연합공연이 있었음을 알렸다.
들어갔다. 여덟 평 정도 될까. 손님 셋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그 앞에 홀을 압도하듯 블루피터가 공연 중이었다.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현장에서 듣는 음은 고막을 찢을 만큼 소리가 컸다. ‘Let it be’‘Just To Of Us’‘먼지가 되어’ 간단한 멘트가 있을 뿐 연주가 이어졌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이 이어지자 한 손님이 윤도현 곡을 신청했고, 곧 ‘사랑 했나봐’가 연주됐다.
30분 가량의 1부 공연을 마친 뒤 리더 조영태(35)씨가 나타났다.
“매일 10시와 11시에 각각 30분씩 연주하거든요. 평일에는 아무래도 술자리에 맞춰 팝송을 많이 해요.” 블루피터가 지향한다는 펑크 계통의 록은 공연이나 연습 때에나 접할 수 있다. 문을 연지 5개월. 매달 적자가 연속되지만 도내 공연전문 클럽의 명맥을 잇고 있다.

물론, 그때 썼던 기사를 베껴 올린 것이다.
밴드에서 피아노를 치며, 기타를 치며, 아님 보컬을 하면서 세상을 떠도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