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친 전세가 바뀌는 이웃

이일균 2013. 9. 21. 15:05

2007년부터 살고 있는 창원 동읍의 아파트.

7년째 여기서 살았다. 그래서 같은 라인 40가구의 이웃들은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이웃들 면면이 낯설다. 이번 추석 명절 때 더 실감했다. 라인 현관을 왔다갔다 하는 사

람들을 보면서 더 그랬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웃들이 낯설기 시작해 진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몇 층에는 누구, 또 몇 층에

는 누구 하면 생각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은 게 제법 됐다. 이사를 가고 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고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전세가 때문이다.

7년 전 우리 가족이 이 아파트 32평형에 이사들어올 때 전세가가 5000~5500만원이었다. 그때는 매

매가가 8000만원 대 였다. 지금은 전세가가 1억원 대다. 매매가는 1억7000만원 수준. 모두 두 배로

올랐다. 

2년 단위 전세계약이 끝날 때마다 주인이 전세가를 1~2000씩, 심지어 2~3000만원까지 올려 요구

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감당할 수 없으면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KB부동산알리지(www.kbreasy.com)가 이달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가비율이 64.5%라고

발표했다. 전달에 비해 0.5% 뛰었다. 2003년 4월에 64.8%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매매가가 1억원

이라면 전세가가 64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지역별 기록도 나왔다. 광주(76.8) 대구(74.2) 울산(72.2)이 70% 이상이었다. 부산(67.7)이 그 다음

이었다. 경남은 어떨까? 통계가 아닌 실상이 궁금했다. 대표적인 아파트 집중지역인 창원 상남동을

17일 찾았다.





대단위인 이곳 ㅅ아파트의 한 부동산 중개인이 "지금 투자하시면 전세가 80%는 가능하다"고 소개

를 했다. 최근에 26평형을 한 매입자가 2억500만원에 사서 인테리어를 손 본 뒤에 전세 1억7000만

원에 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매입자는 3억원에 32평형을 사서 2억5000만원에 전세를 주었다고도

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를 훌쩍 넘긴 셈이다.

"여기가 정말 잘 돌아요. 물건도 제법 나오고 금방 팔리죠. 20평형 대는 거의 투자자들이 산다고 보

면 돼요."

맞은편 ㄷ아파트 사정을 물었다. 

"거긴 여기보다 적게 나와요. 24평이나 32평 짜리가 여기보다 1~2천씩 더 봤는다고 보면 돼요. 전

세가 80% 수준은 여기나 똑 같애요."

끝으로 전세가 흐름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물었다.

"아직 더 뛴다고 봐요. 어때요? 26평짜리 나온 게 있는데, 한번 안 볼래요?"   

중개사 설명에 정신도 없고 해서, 이번에는 다른 부동산중개소의 매물표를 확인했다.






32평형 매매가가 3억~3억2000만원 수준. 드물게 나온 전세가가 2억2000만원. 중개사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났지만, 전세가가 70% 수준에 육박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구암2동 ㄷ아파트단지에서 매매가와 전세가 상황을 확인했다. 이곳 32평형 매

매가는 최고 3억4000만원. 전세가는 2억2000만원 안팎이었다. 60% 대다. 

놀랍게도 24평형 전세가 1억9000만원(매매가 2억5000만원)까지 나왔다. 보증금 1억원에 월 30~40

만원 씩 월세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우리 가족이 이곳 32평형에 살았던 게 2003~2007년이다. 그때 전세가가 8500만원. 지금 전세가 2억

20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면 과한가?

그렇게 몇 년 사이 세 배나 뛰어오르는 미친 전세가를 세입자들이 견뎌내기는 힘들다. 더 싼 곳으

로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미친 전세가 때문에 지금 내 이웃들이 바뀌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파트를 꽉 채운 차량들이 이 시대 아파트 수요자들 현실을 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