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남북관계로 인한 불투명한 우리나라의 경기전망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새해 이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희망차게 이끌 앞서가는 경제인들을 소개해는 기획시리즈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창원산업단지 내 자동화시스템 전문업체인 에스에프에이 신은선(58) 사장은 상념 속에서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이 회사가 1998년 12월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문에서 분사한 과정과 이후 고비마다 뒤따랐던 결단의 순간들이 새해 아침 더욱 새록하게 머리를 메웠다. ‘3만 3무’라는 슬로건으로 원칙경영을 구상한 이후, 창사 초기 250명이 넘던 직원들이 그 원칙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도록 설득·교양했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2일 열리는 시무식에 지금의 구상이 정책이 되어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 언제나 결단해야 한다
신은선 사장이 CEO에게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꼽는 것이 ‘돈 되는 사업을 미리 결단하는 일’이다. 이 부분 설명에서 신 사장은 “분사 이후 회사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이었고, 경험과 인력 측면에서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자신의 결단 차원보다는 전체 직원의 합의 측면을 강조했다.
분사 직전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문은 산업용 로보트나 PLC 생산 등 사무자동화 물류시스템을 생산하는데 집중돼 있었다. 5년이 지난 에스에프에이의 최대 매출제품은 TV 및 컴퓨터 모니터용 브라운관과 평판표시관 등 디스플레이기기와 반도체·벽걸이용 TV와 노트북·휴대전화 등의 액전 등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클린공정장비로 변화했다. 자동화사업부문과 클린공정장비·디스플레이기기 등으로 사업방향의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 원칙 없는 경영은 실패한다
에스에프에이의 경영원칙으로 흔히 소개되는 것이 ‘3만 3무’다. 고객·주주·종업원 등 3부문을 만족시키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3만’에 해당되고, 차입금·적자·업무상 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3무’의 의미다.
이 원칙을 회사의 경영철학으로 소개하면 듣는 이들 중에서는 “내세우나 마나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는 시큰둥한 반응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신 사장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다들 지키는 것은 아니다”는 말에서 실천에 더 비중을 두는 그의 원칙론을 읽을 수 있었다.
실천사례는 아주 구체적이었다. 신 사장의 경우 경영원칙의 실천을 위해 사장실이나 비서·기사를 두지 않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창원공장과 경기도 기흥공장을 오가면서도 반드시 첫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 모든 것에 앞서 ‘사람’이다
에스에프에이는 올해 목표를 1500억원의 사업수주와 매출 1300억원을 달성하는데 두었다. 분사 이후 99년 매출액 400억원과 2000년 700억원, 지난해와 올해 각각 907억원과 1000억원을 달성한 것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
신은선 사장은 이같은 실적이나 사업방향에 대한 결단, 원칙경영의 확립에 바탕이 된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에스에프에이가 지금처럼 첨단상품 제조설비로 사업방향을 분화하는 과정에는 초정밀 기계가공기술이나 제어기술, S/W기술 등 15년 이상의 자동화설비생산 경험을 갖고 있는 인력자원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제쳐놓고, CEO의 결단이니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언제나 그들이 대상화되지 않도록 내 생각부터 정돈하고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