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버스종점사거리 옆 창원제일교회에 차를 세웠다.
눈치를 보면서...
바로 옆 엄청난 넓이의 공터가 가음동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축 예정지라는 사실은 어렵잖게 확인됐다. 경작금지 안내문 때문이었다.
'이 부지는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및 주유소 부지로 20011년 봄부터 공사가 착공될 예정'이라고 적혔다.
벌판을 허허롭게 휘젓고 다니면서 사진 몇 컷을 찍었다.
그로부터 직선 거리로 5~600m 가량 떨어진 가음정시장은 전통시장이다.
먼저, 입구의 식육점 아줌마. 주인이었다.
"우짤낍니꺼. 들어선다는데... 막을라먼 시청 앞에 E마트나 롯데마트를 막았어야지. 그때부터 여기는 손님 다 떨어졌어예"
바로 앞에 농산물센터가 떨어지면 식육업이나 야채업, 수산물 계통이 특히 영향이 크다는데, 아줌마는 어찌 이래 담담할까 싶다.
"영향 받을 꺼 다 받았다 해도예. 인자는 이라나 저라나 거기 거기라예"
금방 목이 말라 시장 골목 안에 있는 지하 마트로 내려갔다. 오렌지병 하나를 계산하고 카운터 아줌마의 말을 청했다. 역시 주인이었다.
"마트는 직격탄을 맞는 기라예. 시장 안에 마트가 서너군데 되는데 다들 걱정이 태산입니더. 앞이 캄캄합니더."
몇 마디 못 잇고는 눈망울이 퀭해진다. 그리곤 돌아서서 화장지를 갖다댄다. 더 말 붙이기가 미안해서 이 말만 듣고 나왔다.
"어찌 됐든 안 들어왔으먼 좋겠네예"
시장골목 저쪽 끝에 있는 야채전 한 곳에서 주인 아저씨의 말을 들었다.
"이 시장 안에는 야채가게가 제일 많지예. 한때는 과일 하다가 하도 경쟁이 심해서 야채 하는데, 그것도 참... 그래,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카데예."
이도저도 못하고, 서글픈 표정만 짓는 아저씨에 비해 두부상자를 카트에 싣고 지나가던 아줌마가 더 분명하다.
"그 우째, 감사한다 카더이 허가가 떨어지노. 그기 말이 돼요? 장난치는 것도 아이고!"
아줌마의 분노에 비해 아저씨는 거의 포기 상태다.
"끝난 거 아임니꺼. 버스 지나갔다 싶네예. 계란으로 바위치기지..."
가음정시장 상인들은 안쪽 4~5층짜리 상가를 '대상가'라고 했다. 상가 2~5층은 의원, 학원, 공예점 등 업종 특성 상 농산물센터 건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지하 1층 수산물집 한 곳에 들러 역시 아저씨를 만났다.
"포기했슴더. 지금 와서 뭘 하겠습니꺼. 한국에서는 돈있고 빽있는 놈한테 안 돼요. 롯데마트 보이소. 그렇게 반대했어도 결국 안 들어옵디꺼. 계란으로 바위치기지..."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야기는 오늘 두번 들었다.
아까 들어왔던 가음정시장 입구 오른쪽 4층에 있는 상인회 사무실을 찾았다.
김용준 회장, 장인주 관리소장 등 4명이 있었다.
내가 만났던 상인들이 반 포기상태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한분이 반발했다.
"지금 저 무인카메라 모니터를 함 보이소. 지금이 오후 4신데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하나, 둘, 셋...일곱. 전부 일곱명 아임미꺼. 논래 오후 3시부터 6시까지가 시장타임이라꼬, 최고로 손님이 많을 땐데, 7~8명 밖에 안 보이는 기 현실입니더.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이런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포기 못하지예. 지금도 투쟁기금 모금하면 95% 이상 참여합니더. 포기한 거 아임니더."
김용준 회장이 상인회 현황 설명과 함께 덧붙였다.
"시장 안에 전부 230개 점포가 있고, 노점도 한 50개 됩니더. 대상가 안에 250개 점포, 길 건너편 종합상가 안에 150개 점포가 있지예. 이게 다 한 덩어립니더. 농산물센터 들어서면 한꺼번에 치명타를 입는 기지예.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경황이 없어 포기니 뭐니, 그랄 수 있어도 진짜는 안 그렇습니더."
그리고 그는 오늘 이야기의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결국, 주민감사를 빨리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더. 거기서 문제점이 나오면 창원시의 건축허가 결정을 재심의하게 해야지예.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든지"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