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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구제역초소의 공무원들


설 연휴, 창원시내 구제역 초소의 공무원들 민심을 알아보려 나섰다.
체험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냥 '엿보기' 정도를 계획했다.
2일부터 4일까지 매일 3시간 정도 함께 하려고 했다. 일단, 초점을 구제역에 관한 것과 최근 창원시청 공무원 인사나 통합시에 대한 정서 등 시정에 관한 것으로 넓게 잡았다.

2일 오전 11시 30분께, 동마산IC 방역초소에 도착했다. 
공무원 세분, 일용직 두분이 근무중이었다. 박카스 한 상자를 들고간 게 훨씬 첫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명함 드리고 이런 저런 인사끝에 보았던 '근무자 방역조치'와 '근무지침'.
'타 시도 유입차 정차, 차량 및 탑승자 소독. 기록철저, 가축 이상여부 확인. 출입 미승인 차량 통행 엄급' 같은 내용들이 방역조치에 해당됐다. 
근무지침은 '인부A:차량유도, 축산차 검색, 공무원A:축산차 검색, 소독일지 작성, 공무원B:차량 안 소독, 소형분무기, 인부B:소독버튼 작동' 식이었다.밤에는 그 역할이 세명으로 줄게 된다.
공무원 한분이 더해지는 역할을 설명했다. 축산차는 따로 소독하고, 2시간마다 물탱크에 급수하고, 약품(AI, 구제역, 돼지콜레라, 뉴캐슬병 치료용 하이캅) 섞고, 결빙에 대비해 염화칼슘 뿌리고, 형광봉로봇 등 장비작동 점검하고 등등.
그리고는 이 곳에서 두달 가까이 근무중인 일용직 한분을 소개했다. 이분 말씀이 생생했다.
"12월 7일부터 안 섰습니꺼. 처음엔 농업기술센터 직원들하고 섰는데 진짜 그분들 고생 많이 했지예. 하루 12시간씩 근무에, 어떤 날은 15시간도 서고. 그라고 올들어 구청 직원들 오고, 또 시청서도 오고."
"방역효과예? 우짜겠습니꺼. 이기라도 해야지예. 축산차는 따로 유도해서 우리가 직접 방역하고, 탑승자한테도 소독을 안 합니꺼. 잘 아는 사람들은 아예 자기가 뿌리지예. 언제까지 갈 것 같냐고예? 날이 따시져야 되는데. 25도는 넘어야 된다 카는데, 3월달까지는 안 가까 싶은데. 창원시청에서도 당직표를 2월말까지는 잡아났데예."
그때, 농업기술센터 창원기술보급과 전부학 과장이 도시락을 들고 왔다. 12월부터 고생했던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현재 초소근무에서 제외되고, 현장을 순회하며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물론, 상황실 근무도 포함된다.
"오늘은 고속도로IC 세곳하고, 동읍 가월, 본포까지 다섯군데 지원을 하고 있습니더. 도시락이나 간식, 약품 지원하고, 급수상황도 체크하고. 국도 초소는 화장실이 문제였지예. 지금은 간이시설이 됐지만. 이래저래 불편한 점도 점검하고예."
그리고 20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 점심 식사 하시게...
다시 30~40분 가량 공무원 세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보건소에 있는데, 이번주 토요일도 비상진료 당직을 섭니다. 명절 때마다 하죠. 구제역 근무는 처음인데, 작년에는 신종플루 당직도 섰지요."
그때 벽면의 '근무명령표'를 가리키며 "굳이 명령표라고 해야 하느냐"고 빙그레 웃자 "그만큼 엄격하게 하자는 거죠. 사람을 바꾼다든지 하는 일이 없게요. 저도 근무초소를 바꾸기는 했지만, 당직자를 바꾸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했다.
두런두런, 최근 있었던 5급 인사와 승진자 발표 얘기를 꺼내자, 별 말씀들이 없었다. 이런 말 외에는.
"보건소 쪽은 많이 옮겼어요. 3분의 2 가까이 될 걸요."
"저야 뭐,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서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한분은 아쉬운 표정이 묻어났다. 끝까지 가타부타 하시지 않았지만. 그 눈빛에서, 애써 말하려 하지 않는 태도에서 그런 게 비쳤다.
그때, 축사차량이 초소 한쪽으로 유도됐다. 
방금 만났던 일용직 두분이 능숙한 솜씨로 차량소독을 시작했다. 

 

설날인 다음날 낮 12시 30분께, 진영읍 세영병원 앞에 도착했다. 
경남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김해 주촌과 창원시를 연결하는 국도 왕래 차량을 방역하는 곳이다.
통제소 입구에서 고장난 형광봉로봇을 점검하는 40대 공무원 한분에게 인사드리자, "지원반에 수리를 의뢰해놓았다"고 했다.
"하필, 설날에 근무가 걸리셨네요?"
"어쩌겠습니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새벽 5시에 고향 함안에 가서 차례 지내고, 9시부터 근무 안 섭니까."
"설날은 그래도, 미혼 중심으로 배치가 안 됩니까?"
"그런 거 없습니다. 순서대롭니다."
"구제역 비상근무는 처음이시겠네요?"
"예. 한 24~5년 공무원 하면서 태풍이나 산불같은 재해 비상근무는 해봤는데, 구제역은 처음입니다. 백신주사 놨으니까, 2월 안에는 안 잡히겠습니까."
그의 바람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넌지시 화제를 바꿔 "창원시청에 계신지" 물었다.
"예. 전에는 마산시청에 있었지요."
"어떻습니까? 공무원들 사이에 통합 이후 분위기가요?"
....
할 수 없이 2주 전에 기사화했던 각 구청과 본청 청렴도 교육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교육내용 중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무원 청렴도지수 언급이 있었고, 마산, 진해가 통합되는 바람에 창원 지수가 낮아졌다는 식의 표현에 마산, 진해 쪽 공무원들의 원성이 흘러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제가 그때 교육을 안 받아서 잘 몰랐네요. ... 근데 뭐, 1등이야 바뀔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중간도 하게 되고, 쳐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1등도 할 수 있고."
그다지 공감하지도, 그렇다고 반발하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 자세는 뒤이어 공무원 인사 이야기에서도 비슷했다.
"어차피 평균 2~3년 있다가 옮기는 게 공무원 인사 아닙니까. 물론, 승진하면 좋은 거고. 이 일이든 저 일이든 하는 거지요."
잠깐, 물탱크 급수와 약품 점검을 하러 간 사이에 30대 여성 공무원과 인사를 했다.
"설날 근무요? 안 좋죠. 시골 시댁에도 못 갔죠. 애들은 친정에 맡기고 나왔어요. 부서에서 밤근무는 남자들 위주로 편성했어요."
"저는 문화부서에 있다보니까 비상근무가 많아요. 문화행사가 있는 주말에는 어쩔 수 없죠. 연말에는 제야행사나 몇시간 뒤 해맞이행사 비상근무를 서는 식이죠."
그녀 역시, 담담하다. 그순간 그냥 지나쳐버리는 1톤 포터 한대를 근무자들이 뛰어가 세웠다. 군인 2명, 공무원 2명이 포터를 에워쌓다. 그리고는 방역.

 

그사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 일지를 살폈다.
1월 26일부터 기록됐다. 김해 주촌에서 발생한 후 설치된 것이다.
2월 3일 오늘 일지에 공무원 세분의 서명이 있길래, 따라 들어온 여성 공무원에게 물었다.
"과장님은 왜 안보이세요?"
"아, 국장님요. 국장님은 아침에 왔다가 근무지 둘러보러 가셨어요."
"아, 예"
자리를 뜰 시각이다. 그런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시계를 보니 2시 5분.
"아이구 이거, 밤 9시까지신데 시간이 너무 안 가네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긁적긁적.


2월 4일 오후 1시.
처음엔 대산면 수산교나 우암리쪽 방역초소로 가려고 했다. 
머뭇거려졌다. 뭔가 생동감있는 상황, 종합적인 상황 같은 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상황실이었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창원시 명서동 창원농업기술센터 축정계였다. 
도착하니 1시 30분. 정광석 주무관과 공중수의사인 박종규 씨 두분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예, 여기가 상황실입니다. 마산농업기술센터 가축위생계와 진해농업기술센터 축산계와 함께 상황실 역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여기서 종합을 하구요."
표시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푸석푸석한 외모에 요즘 고생이 베었다. 옆에는 야전매트도 세워져있었다.
"계장님 포함해서 모두 다섯명이 상황실 근무를 합니다. 24시간이죠. 밤엔 두명이 근무하구요."
"어떻습니까? 설 연휴 사이에 구제역 확산 정도가요?"
"어제 경북 울진에서 추가 발생했구요. 전국에서 134번째 양성판정이 났죠. 경남은 지난달 23~24일 김해 주촌에서 발생하고, 29일 양산 상북면에서 발생한 이후 추가발생 지역은 없습니다."
"초소에 가보니 다들 말씀하시더군요. 농업기술센터 분들이 지난 12월부터 고생이 많으시다구요."
"... 창원, 마산, 진해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100여명 되시죠. 아무래도 두달 이상 상황이 길어지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초소근무에서는 빠지고, 상황업무와 지원업무만 하고 있죠."
두런두런 이야기가 진행될 때쯤, 신용대 농업정책과장과 김선민 축정계장이 차례로 들어왔다. 가만 보니, 어제 세영병원앞 초소에서 뵜던 '가축방역' 점퍼의 사나이들이었다. '아하, 담당 과장님, 계장님이었구나!'
간단한 인사 뒤에, 설 연휴 기간 시내 18개 초소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 창원이 뚫리지 않은 게 가장 반가운 일이죠. 그리고 어젯밤, 동읍 가월초소에서는 여직원 한분이 바닥에 넘어지면서 팔 골절상을 입었어요. 지금은 깁스를 하고 있죠."
그간 비상근무를 하면서 다친 분들이 또 없는지 물었다. 신용대 과장의 답.
"전에 백신접종을 하면서 소가 나부대는 통에 두분이 다쳤지요. 그러니까 이번이 세번째 부상입니다."
구제역과로로 사망한 공무원이 지금까지 7명이라는 끔찍한 소식 속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1일 2교대 업무를 계속하면서 지난달 31일 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고 임경택(51) 특화산업계장도 그중 한분이었다. 
창원시내 18개 초소에서 1일 72명의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는 현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김선민 계장에게 물었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일단 소나 돼지에 대한 1차 접종이 전국적으로 완료됐습니다만, 항체가 형성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보통 구제역은 발생일로부터 15일 동안 추가발생이 없으면 안정기로 보고, 30일이 지나면 종료기로 봅니다. 아마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 시기를 잡지 않을까 합니다."
"2000년과 2002년, 2010년 등 지난 10년간 세번의 전례가 있는데, 대부분 봄에 발생한데다 한달, 길어야 45일 정도에 종료가 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벌써 두달을 넘겼습니다. 작년 12월에 발생했을 때부터 추운 날씨 때문에 더욱 길어질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건 정말...."
사진을 한장 찍겠다는 말에 두분은 기민하게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상황지도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마치, 어제 진영읍 세영병원앞 초소 근무자들에게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형광복을 입히고, 형광봉을 들게 하듯이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