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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키드 진구 3 - 고질적 증세

시시때때로 코를 킁킁거리는 득구.

도대체 몇년이 됐는지, 버럭 씨도 아내도 기억 못한다.

차이가 나는 건 득구다.

처음 한 두 해 땐 엄마 아빠가 "이제 그만" 하면 "알았어!"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뭐? 어쩌란 말이야? 코가 막혀 죽겠는데" 한다.

그렇게 득구는 언제나 코가 막힌다.

가족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코를 킁킁거리는 득구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렇게 안다.

세면대에 가서 코 풀라는 이야기도 지겨울 정도다. 처음 몇 해는 순순히 세면대에 가서 코를 풀던 득구도 이젠 고개를 돌린다. 아니 짜증을 낸다. "코가 안 나온단 말이야"

비염.

엄마 따라 창원 소답동 이비인후과 갔을 때부터, 그 다음 아빠랑 합성동 이비인후과 갔을 때도, 그리고 지금 동읍 근처 김해 진영 이비인후과에서도 똑같은 소릴 듣는다.

"비염이에요. 약 먹으면 나을 거에요."

하지마 낫지 않았다.

이런 소리를 득구가 한다.

"비염 아니야! 병원 안 갈거야!"

 

아파트키드들에겐 공통적인 증세가 있다.

아토피와 비염, 천식 같은 증세들이다. 같은 아파트 안에 이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이웃끼리 모이면 알 수 있다. 몇 사람만 모여도 아이들 아토피 이야기고, 비염 이야기다. 

아토피와 비염, 천식은 하나같이 알레르기성 질환이다.

그 원인을 단정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한테 물어봐도 애매하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고요. 음식이나 주변 환경 때문일 수도 있죠."

버럭 씨는 다시 책을 뒤진다. 주생활컨설턴트 이현숙 씨가 펴낸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요인이다. 집먼지 진드기는 사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등을 먹고사는데 주로 침대나 메트리스, 소파, 카펫 등에 많이 산다.'

더 놀라운 내용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실태를 조사한 결과,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거나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등의 현상을 보였다. 학습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정서 불안, 소극적인 성격 등이 될 확률이 크다.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은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쳐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한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편식할 우려가 높다.'

 

아토피하면 6살 때까지 지긋지긋하게 겪었던 득구다.

게다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진구도 지금 아토피 질환이 있다.

양쪽 무릅 뒤에는 특히 심하다. 허벅지와 목, 팔꿈치 안쪽은 시도 때도 없이 긁는다.

더운 걸 싫어하고, 잘 웃어지지 않고,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나온다고 말하는 진구.

그게 아토피 때문인지는 진구도 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