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2006년 2월 4일자에 마산어시장의 명물로 수협어판장 경매가 소개됐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내가 썼던 기사다. 이런 걸 썼다니 신기할 정도다.
어쨌든 어제 내가 어시장을 어슬렁거리면서 명물마케팅을 생각한데에는 근원이 있었던 셈이다.
1일 오전 6시30분 마산시 남성동 수협어판장. 새해 풍어제(豊漁祭)를 끝낸 자리에서 곧바로 초매식(初賣式)이 열렸다. 평일 같으면 경매사가 일사천리로 진행했을 건데 이날은 조금 달랐다.
정면 20여명의 중매인들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선 경매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이소!”하고는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을 추천했다. 쪽지를 집어든 조합장이 어색한 듯 세 품종의 경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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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 조기, 조기 다섯 개, 다섯 개”하자 음력 정월 사흗날, 초매식에 모인 10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폭소했다. 이어 조합장은 “에~, 에, 40번 5만5000원 낙찰, 낙찰!”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 소개된 일일 중매인은 안홍준 국회의원과 황철곤 마산시장. 이들은 쪽지를 든 왼손에다 오른손까지 슬쩍 올리며 새해 첫 경매의 흥을 냈다. 민어·병어가 각각 다섯 상자씩 순식간에 팔렸다. 웃음 가득한 어판장은 그렇게 음력 새해 첫날 경매를 시작했다.
경매를 한번씩 접하는 일반 시민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할법한 생각이 있다. 시민들은 어판장 관계자들과 같은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상상하는 폭이 훨씬 넓다. ‘이런 경매를 시민이나 관광객들 상대로 상품화할 수는 없나?’하는 생각이다.
어시장 같은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의 명물을 살리는 방법도 있다. 농수산물시장 특유의 새벽 경매도 명물이 될만한 요소가 아닐까. 더구나 거대한 벽과 같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조차 연 1~2회의 의류·가전제품 경매를 이벤트화 하고 있는 마당 아닌가.
값싼 물품 구입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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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분만에 끝난 홈플러스 경매 이벤트
지난달 18일 홈플러스 마산점이 문을 열던 날 오전, 2층 식품코너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산물 경매 이벤트였다. 아귀와 개조개·갈치 등이 경매물이 됐고, 홈플러스 본사 수산물 바이어가 임시 경매사로 나섰다.
오전 10시에 수산물매장에는 호기심 어린 눈빛의 소비자 100여명이 모였다. 과연 어떤 소비자가 어떤 형태로 구입의사를 나타낼지, 관심을 모은 순간이었다. 이윽고 3㎏짜리 아귀 두 마리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에 참여한 소비자는 10여명. 대부분 손가락으로 구입희망 가격을 제시했다. 4900원에서 시작한 경매가가 1만원에 낙찰됐다. 시중 가격은 3만원 수준.
더욱 적극적이 된 소비자들은 곧이어 1.5㎏들이 아귀 세 마리를 각각 7000원에 낙찰 받았다. 물론 개조개·갈치 경매도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한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가 단 40분만에 끝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지점이 문을 열 때마다 개장기념 행사로 경매 이벤트를 하고 있다”며 “경매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기록경신 경매 릴레이”라고 소개했다.
소비자 호기심 자극까지
사실 경매 이벤트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연중 1·2회, 정기적으로 열린다. 백화점에서 고가의 의류·가전제품 등을 서너개 정도 걸어놓고, 소비자들 대상으로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이미 경매 자체를 상품화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시애틀 어시장의 명물 만들기
잘 만든 ‘명물’ 하나가 시장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례를 미국 시애틀 어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어류 전문 판매점인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의 ‘생선 던지기’가 그것이다. 정신 없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생선을 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니 그 비결을 연구할 만 하다.
생선 던지기를 하는 과정은 이렇다. 일단 소비자가 어종별 판매대 앞에서 물건을 주문한다.
그러면 어종별 보관소에 있던 직원들이 해당되는 생선을 5~10m 떨어진 판매대로 집어던진다. 판매대의 직원은 카운터 뒤에서 이 생선을 능숙하게 받는다. 직원들 간에는 은어·속어가 섞인 짧고 독특한 의사소통 체계가 있어, 아무리 바빠도 실수가 거의 없다. 물건을 갖고 카운터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없다.
관련된 내용을 다룬 ‘신디 크로터’의 책 <캐치>에는 생선을 던지는 행위가 효율성 측면보다 독특함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신이 없지만 극히 드문 이 행위를 보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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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명물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2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 7시에 모여 회의를 한다. 2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이들은 ‘여기에 모든 것이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자기 일에 달려든다. 생선 던지기는 직원 개인의 적극적인 자세와 매일 반복되는 의사소통 체계의 결과물이다.
▶ 얼마나 현실성이 있나
새벽 경매를 상품화하는 방안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직접 의향을 물었다.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과 판매과 담당자, 마산시농산물도매시장 유통질서 담당자가 그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가능성은 반반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대표적 경매라 할 수 있는 마산어시장 경매를 상품화하는데 대해 마산수협 판매과 담당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법률(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등록된 매매참가인(경매사와 중매인)만 경매에 참가한다는 점,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즉석 참가가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부분 박스째 대량 경매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전부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추가됐다.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번 하는 식으로 이벤트화 하는 방안은 어떤가하고 묻자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은 신중해졌다. “검토해보자”는 답변이었다.
한편, 마산농산물도매시장 유통질서담당 남기정 주사는 “이미 검토한 적이 있다”고 했다. “왜 중매인만 경매물건을 살 수 있느냐는 불만을 나타낸 사람도 있고, 소비자들이 산지물건을 직접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게 검토를 한 계기였다. 그 역시 법률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올해 경매장 옆에 마련할 ‘친환경 농산물 직판장’이 그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면 경매를 상품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사진/유은상·박일호 기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내가 썼던 기사다. 이런 걸 썼다니 신기할 정도다.
어쨌든 어제 내가 어시장을 어슬렁거리면서 명물마케팅을 생각한데에는 근원이 있었던 셈이다.
1일 오전 6시30분 마산시 남성동 수협어판장. 새해 풍어제(豊漁祭)를 끝낸 자리에서 곧바로 초매식(初賣式)이 열렸다. 평일 같으면 경매사가 일사천리로 진행했을 건데 이날은 조금 달랐다.
정면 20여명의 중매인들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선 경매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이소!”하고는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을 추천했다. 쪽지를 집어든 조합장이 어색한 듯 세 품종의 경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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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 조기, 조기 다섯 개, 다섯 개”하자 음력 정월 사흗날, 초매식에 모인 10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폭소했다. 이어 조합장은 “에~, 에, 40번 5만5000원 낙찰, 낙찰!”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 소개된 일일 중매인은 안홍준 국회의원과 황철곤 마산시장. 이들은 쪽지를 든 왼손에다 오른손까지 슬쩍 올리며 새해 첫 경매의 흥을 냈다. 민어·병어가 각각 다섯 상자씩 순식간에 팔렸다. 웃음 가득한 어판장은 그렇게 음력 새해 첫날 경매를 시작했다.
경매를 한번씩 접하는 일반 시민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할법한 생각이 있다. 시민들은 어판장 관계자들과 같은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상상하는 폭이 훨씬 넓다. ‘이런 경매를 시민이나 관광객들 상대로 상품화할 수는 없나?’하는 생각이다.
어시장 같은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의 명물을 살리는 방법도 있다. 농수산물시장 특유의 새벽 경매도 명물이 될만한 요소가 아닐까. 더구나 거대한 벽과 같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조차 연 1~2회의 의류·가전제품 경매를 이벤트화 하고 있는 마당 아닌가.
값싼 물품 구입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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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분만에 끝난 홈플러스 경매 이벤트
지난달 18일 홈플러스 마산점이 문을 열던 날 오전, 2층 식품코너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산물 경매 이벤트였다. 아귀와 개조개·갈치 등이 경매물이 됐고, 홈플러스 본사 수산물 바이어가 임시 경매사로 나섰다.
오전 10시에 수산물매장에는 호기심 어린 눈빛의 소비자 100여명이 모였다. 과연 어떤 소비자가 어떤 형태로 구입의사를 나타낼지, 관심을 모은 순간이었다. 이윽고 3㎏짜리 아귀 두 마리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에 참여한 소비자는 10여명. 대부분 손가락으로 구입희망 가격을 제시했다. 4900원에서 시작한 경매가가 1만원에 낙찰됐다. 시중 가격은 3만원 수준.
더욱 적극적이 된 소비자들은 곧이어 1.5㎏들이 아귀 세 마리를 각각 7000원에 낙찰 받았다. 물론 개조개·갈치 경매도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한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가 단 40분만에 끝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지점이 문을 열 때마다 개장기념 행사로 경매 이벤트를 하고 있다”며 “경매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기록경신 경매 릴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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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매 이벤트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연중 1·2회, 정기적으로 열린다. 백화점에서 고가의 의류·가전제품 등을 서너개 정도 걸어놓고, 소비자들 대상으로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이미 경매 자체를 상품화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시애틀 어시장의 명물 만들기
잘 만든 ‘명물’ 하나가 시장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례를 미국 시애틀 어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어류 전문 판매점인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의 ‘생선 던지기’가 그것이다. 정신 없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생선을 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니 그 비결을 연구할 만 하다.
생선 던지기를 하는 과정은 이렇다. 일단 소비자가 어종별 판매대 앞에서 물건을 주문한다.
그러면 어종별 보관소에 있던 직원들이 해당되는 생선을 5~10m 떨어진 판매대로 집어던진다. 판매대의 직원은 카운터 뒤에서 이 생선을 능숙하게 받는다. 직원들 간에는 은어·속어가 섞인 짧고 독특한 의사소통 체계가 있어, 아무리 바빠도 실수가 거의 없다. 물건을 갖고 카운터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없다.
관련된 내용을 다룬 ‘신디 크로터’의 책 <캐치>에는 생선을 던지는 행위가 효율성 측면보다 독특함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신이 없지만 극히 드문 이 행위를 보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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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명물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2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 7시에 모여 회의를 한다. 2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이들은 ‘여기에 모든 것이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자기 일에 달려든다. 생선 던지기는 직원 개인의 적극적인 자세와 매일 반복되는 의사소통 체계의 결과물이다.
▶ 얼마나 현실성이 있나
새벽 경매를 상품화하는 방안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직접 의향을 물었다.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과 판매과 담당자, 마산시농산물도매시장 유통질서 담당자가 그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가능성은 반반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대표적 경매라 할 수 있는 마산어시장 경매를 상품화하는데 대해 마산수협 판매과 담당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법률(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등록된 매매참가인(경매사와 중매인)만 경매에 참가한다는 점,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즉석 참가가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부분 박스째 대량 경매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전부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추가됐다.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번 하는 식으로 이벤트화 하는 방안은 어떤가하고 묻자 마산수협 임채열 조합장은 신중해졌다. “검토해보자”는 답변이었다.
한편, 마산농산물도매시장 유통질서담당 남기정 주사는 “이미 검토한 적이 있다”고 했다. “왜 중매인만 경매물건을 살 수 있느냐는 불만을 나타낸 사람도 있고, 소비자들이 산지물건을 직접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게 검토를 한 계기였다. 그 역시 법률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올해 경매장 옆에 마련할 ‘친환경 농산물 직판장’이 그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면 경매를 상품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사진/유은상·박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