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

마산의 재개발과 부산의 도시재생(상)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했나요.

뽕나무밭이 일시에 파란 바다로 변해버린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이 마산 회원동의 상황에 어울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일단, 같이 한번 가보시죠.

 

 

 

 

 

요즘은 뽕나무밭에 새로 들어서는 게 이거죠.

아파트단지!

회원동 국제주유소 뒤쪽부터 마산동중 사이 드넓은 터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냥 드넓은 터가 아니었죠.

회원2동 사람들 수 천 명이 칡뿌리처럼 얽히고 설켜 살아가던 동네 몇 개가 거기 있었습니다.

공사장 근처를 서성이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사셨던 분들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요?”

그걸 우찌 아요. 뿔뿔이 다 흩어졌는데

알고 지내던 이웃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몰라. 다들 오데로 갔는지

...

그런데,

그렇게 다들 흩어져 사라져버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회원초교 건너편 건물에 붙은 현수막.

회원2구역 똘똘 뭉쳐 생존권을 쟁취하자

심상찮죠?

명의는 회원2구역영세가옥주철거민대책위로 돼 있습니다.

현수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능한 창원시는 이주대책 마련하라

대책 없는 개발사업 창원시청 박살내자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집니다.

왜 이렇게 표현이 거칠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곧 드러납니다.

 

 

 

 

 

 

 

 

 

 

 

 

 

회원2구역 재개발 예정지입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죠?

시리아 내전 현장, IS 교전현장, 이스라엘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의 폐허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 드물게 주민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거의 다 나겠지예. 보다시피 다 뜯겼다 아임미꺼?”

몇 가구에 주민 몇 명이 나간 겁니꺼?”

모르지예. 안 셀라봤으니까.”

...

회원 1~3 합쳐서 수 천명 넘지예. 동네도 몇 개는 없으졌으니까

 

 

 

 

 

남은 건물 외형으로 봐서는 지은 지 10년 안쪽도 많아 보입니다.

건물 수명이 다 한 게 아닙니다. 재개발을 위해, 돈벌이를 위해 생짜배기 건물들이 생명을 접었습니다.

회원파출소 옆 밀양돼지국밥 아줌마가 회원2구역 사연을 전했습니다.

돈 번다 카더마는 오데예. 그냥 집에서 쫓기난 거 아이가.”

다 뿌사진 집이라도 지 집이 최곤데, 저레 다 쫓기난 기라.”

나이 들면 다들 고향 찾아 들어온다 캤는데 이기 뭐꼬. 오히려 나 들어 쫓기나고

...

조금 더 걸어들어가니 또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바로 옆동네 회원1지구 재개발지역입니다.

 

 

 

 

여긴 뭔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회원1지구 롯데캐슬 공사현장입니다.

...

하지만, 아파트 재개발 대열에 모두 다 뛰어든 건 아닙니다.

거의 다 뛰어들었다 최종 단계에서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결집된 곳도 있습니다.

좋든 나쁘든 내 집을 지키겠다는 운동이죠.

 

 

 

 

 

 

 

산복도로 건너편 무학산 아래 회원5지구 주민들은 재개발사업 시행인가가 난 지금까지도 반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리처분 인가를 남긴 상황에서 관련법 개정이 되지 않고서는 사업시행을 해제하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반대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재개발 하면 지금 사는 주민들에게 되레 손해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죠.

밀양돼지국밥 아줌마 말처럼 다 뿌사져도 내 집이 최곤데뺏기면 안 된다는 것을 회원 1~3 주민들 사례를 보면서 절감한 겁니다.

 

 

 

 

 

 

 

 

이들이 희망을 가지는 건 회원 1~3 재개발지구 아래 회원4지구 주민들이 재개발사업신청을 해제한 사례입니다.

그래서 회원5지구 주민들 똘똘 뭉쳐 재개발 막아내자고 결의를 다지는 거죠. 그들의 전투력에 파이팅을 보냅니다.

이미 떠날 사람 다 떠난 회원2지구에서도 재개발에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집이나 점포를 지키는 방법이죠.

 

 

 

 

 

 

 

 

 

 

 

회원동 철길시장 저 멀리

 

용차 뒤쪽으로 폐허가 된 주거지가 보입니다.

,

 

2018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