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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방자치 실전상식 - 지방에 대한 공개토론

지방자치 실전상식 -지방에 대한 공개토론

 

최근 나에게 두 번의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지방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방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일종의 지방자치 실정상식테스트라고 할까?

 

우선 지난 25일에는 창원명곡고 1·2학년을 상대로 기자라는 직종을 소개했다. 그때 나는 인터뷰라는 취재방법을 소개하면서 한 가지 소재로 질문을 몇 개 던졌다. 1학년 13, 2학년 13, 모두 26명이었다.

너희들 인서울이란 말 아니?”

 

 

 

 

모두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 들었니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다는 학생이 1, 그 외는 중·고교 때에 들었다고 했다. “누구한테 주로 들었니?” 대부분 학교와 학원 선생님, 부모라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식으로 말씀하셨니?” “‘인서울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 “그렇게 하면 인서울은 턱도 없어!” 이런 식이었다. 끝에 한 학생은 지상최대의 목표로 인서울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대표적인 입시목표로 내세운다고도 했다.

 

입시목표로 제시되는 다른 논리는 없느냐?” “정확한 적성 파악과 진로지도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느냐?” 등등, 더 묻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했다. 그런 자리가 아니다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기까지 묻고 답하면 그건 그냥 인터뷰야. 그런데 뒤에 질문까지 다 하면 그건 심층 인터뷰야라고 둘러대면서 끝까지 해볼 걸 싶기도 하다.

어쨌든 학교 입시지도에서 대표적 목표로 제시되는 인서울논리, 그리고 자연스레 배제되는 지방대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다음은 지난 27일 있었던 창원지역 인문학 독서토론 모임인 일기일회모임 자리였다. 매달 함께 진행되는 회원별 특강 시간에 나는 지방이라는 주제로 앞에 섰다.

지방충이라는 대목에서 살짝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방에 사는 하층 족속’,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지방에 거주하는 자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비하하는 이 인터넷 용어를 관련 기사와 함께 소개하자 흘러나온 탄식이었다.

 

 

일기일회 강의 장면 속 배경사진 기사 제목이 '지방충'이었다. /회원 사진

 

 

경남도민일보는 지방이라는 말을 가능한 한 피한다. ‘중앙에 대비되는 변방혹은 중앙에 종속되는 변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등한 의미를 가지는 지역이라는 말을 쓰려 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이다. ‘지방대’ ‘지방자치’ ‘지방자치단체같은 공무원인데도 지방에 있으면 지방행정주사가 된다. ‘경남지방경찰청’ ‘경남지방병무청’ ‘경남지방중소기업청이렇게 지방이란 말을 포함한 수많은 용어들이 공식화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면에 올린다. 굳이 지방을 넣을 필요 없이 경남경찰청’ ‘경남병무청’ ‘경남중소기업청해도 되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 30대 회원 한 분이 충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방이란 말을 썼다. 이 말이 지닌 격하의 의미를 몰랐던 바도 아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썼다고 했다.

50대 회원은 서울 사람들이 지방’ ‘지방하는 말은 정말 듣기 싫다. 지방에서 왔어요? 여긴 지방과는 달라요! 이러는 게 어떻게나 싫던지했다. 그 옆의 50대 회원은 반전을 보여줬다. “솔직히 지방이 쳐지고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뭐! 안 그래요?”

 

서성한이 중경외시 건동홍숙게다가 요즘은 국숭세단 광명상가까지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늦게 반응했다. 이 용어를 이미 아는 분도 계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았다. 내가 대학 입시생들에게 서울지역 대학들 앞 글자를 따 마치 고사성어처럼 되풀이한다. 대학서열화의 단적인 예라고 설명하자, 역시 탄식 소리가 나왔다.

이들이 강조하는 건 인서울이다. 결국 서울지역 대학에 들어가는 게 지상과제가 된다. 지금 고교에서, 아니 초·중학교부터 주입되는 가장 대표적인 입시경쟁 논리다.”

이 설명과 함께 나는 며칠 전 명곡고 전문직업인과 만남시간에 1~2학년 26명에게 들었던 사례를 덧붙였다.

 

마침 회원 중에 고교 교사 한 분이 있었다. 실제 교사들이 진로지도를 할 때 이런 말을 하는지, 인서울의 지상 과제로 설파하는지 물었다.

그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전부 다 직업 간 학력격차, 임금격차 때문 아니겠어요? 그게 해결돼야 하고, 없어져야 하죠. 지금처럼 하다가는 서울에 우수한 애들 다 빼앗기죠. 걔들 서울가면 서울서 취직하지 돌아오나요?”

 

 

2015년 기준 수도권 집중화 그림표는 인구와 돈의 절반이 수도권 집중으로 요약됐다. /회원 사진

 

 

나는 이야기의 결론을 이런 딜레머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내렸다.

다들 지방에 살고, 서울이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싫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의 굴레에서,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자치를 재개한지 25년이 넘었지만, 지방의 중앙 종속,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울’ ‘서울한다. 자식 교육을 할 때에는 특히 인서울을 주입한다. 도대체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독서토론 본래 주제가 뒤에 남아있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겠지만, 회원들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준비된 멘트를 날렸다.

당장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번쯤 지방을 생각하면서, 이야기하면서 살자는 거죠 뭐! 그리고 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땐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 선거 자체가 재개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지방자치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게다가 획기적 개선책이라 할 수 있는 개헌(헌법 개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현 대통령 공약일뿐더러, 야당들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비록 최근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때 얼렁둥땅 개헌을 안 된다며 특유의 어깃장을 내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결론에 걸맞은 멘트는 뒷풀이 자리에서 회원 한 분이 날렸다.

아니, 도대체 왜 전부 다 서울’ ‘서울하는 거죠?”

진짜로 서울이 답인가요?”

물론 그 뒤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술자리였기 때문에 식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물음 그 자체가 화두였다. 이분 표현처럼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무슨 근거일까?

 

2017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