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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지게 오지랖 부리는 남자 박종권

고리1호기 폐로’ ‘경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경남시민행동 기자회견 때마다 뵙던 그 분은 깡마른 인상만큼 딱딱

 

해보였습니다. 어차피 기자회견이란 게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니 인간적 여

 

운 같은 건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기자회견 때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말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건 다 복구가 되는데 핵발전소만은 복구가 안 됩니다. 핵발전소를 막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그는 활짝 웃었고 정말 행복해보였습니다. 기자회견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갱상도블로

 

거공동취재단이 25일 밤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64) 대표를 만났을 때

 

였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시간여 풀어낸 자신의 이야기 곳곳에 그

 

이유가 있었지만 이 말을 할 때 붙인 이유는 돈 버는 재미보다 활동하는 재미가 더 크다. 코드가

 

같은 사람끼리 활동을 같이 하는 재미가 특히 크다는 것입니다.

 

뭔가 성과를 냈을 때의 보람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죠.”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이번에 고리1호기 폐로가 결정됐을 때 특히 기쁨이 컸다는 군요.

 

치를 세 번이나 했을 정도로.

 

뒤풀이 때 살짝 여쭤봤죠. “사시면서 행복하시지 않은 적도 있으셨냐구요.

 

강연 중에 기업은행 마산지점장으로 일했던 IMF 때 중소기업 상대 대출을 워낙 많이 해줘 나중에

 

징계를 받았다” “퇴직 후에 서울 강동 둔촌동서 PAT 대리점을 할 때는 한 달에 고정지출비만 1500

 

만원이 나갔다. 2년을 버텼다. 나중에 권리금 챙기고는 후딱 나왔다고 하셨거든요. 아마 그런 때

 

는 행복하지 않았겠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대답은 No였습니다.

 

언제나 행복했어요. IMF 때는 내가 내 뜻대로 대출을 해줬던 인생의 전성기였어요. PAT 대리점

 

할 때도 혼자서 기획 홍보 전부 다했어요. 아주 즐겁게

 

그는 활달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대인관계 폭도 넓다고 했습니다.

 

제가 마산중학교 마산상고를 나왔어요. 보통 시민단체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데 저는 진

 

보고 좌파지만 동창생들 모임에 잘 나가요. 말이 안 통해도 잘 들어줘요. 그건 퇴직 전에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그랬어요. 거의 90% 보수적인 분들이었지만 잘 어울렸어요.”

 

어쩌면 강연 때 나왔던 말 중에서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오지랖이 아니었나 싶네요.

 

제가 O형에 성격이 불같고 급하지만 오지랖이 넓어요. 30년 전에 서울서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

 

해추방연합 들어갈 때도 그랬어요. 매연을 내뿜는 버스들 볼 때마다 신고를 했어요. 1년에 200대씩

 

신고를 했는데 그때는 신고하면 나중에 결과 처리한 공문을 보내줬어요. 서울서 향린교회를 한 30

 

년 다녔는데 거기서 문익환 목사도 만나고 빨갱이물이 좀 들었죠. 통일운동도 했어요. 북한도 갔다

 

왔다니까. 야학 교사도 한 10년 했어요. 은행원 하면서 그랬어요. 밤마다 집에 안 들어오니까 툴툴

 

거리는 마누라도 나중에는 꼬아서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에 들어가게 했어요.”

 

그를 잘 표현한 또 하나의 단어는 빼지게였다.

 

저는 한번 하면 빼지게 합니다. 그게 경상도 기질 아닙니까? 제가 기업은행 마산지점장 할 때 에

 

피소드가 있어요. 그때 마창환경운동연합 회원으로 당시 창신대 캠퍼스 구암동 이전 반대운동을

 

했어요. 얼마나 빼지게 했으면 창신대 측이 저를 알아버렸어요. 당시 강병도 총장이 저희 기업은행

 

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지점장인 사실을 알고는 거래처를 옮기려고까지 했고 그게 본사에

 

알려진 거예요. 본사에서 전화가 왔죠. 야 니는 지점장하라꼬 보내나니까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느냐

 

.”

 

 

 

이날 강연의 제목이 행복한 은퇴 생활이었습니다. 강연 마무리도 그랬습니다.

 

저는 봉사활동, 그중에서도 시민단체 활동을 권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

 

리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재미는 보통이 아닙니다. 보람도 크고요.”

 

하지만 몇 가지 단서가 붙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젊었을 때부터 시민단체 활동을 해야 적응이 쉽습니다. 노년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면 활동하기가 더 편합니다. 돈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연금보험 같은 것

 

도 가입해두시고. 은퇴 후에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오게끔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